미국이 동맹국과 협력국 중심의 다자간 수출 통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중 양측의 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업계와 정부의 면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미국 핵심·신흥기술 수출통제 조치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수년 전부터 양자기술, 반도체, AI, 바이오기술 등 신흥·핵심 기술과 글로벌 무형자산을 통제하기 위한 정책을 국가 안보 전략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미국의 수출통제 칼날은 중국을 향하고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약 700개였던 기존 통제 목록에 200개 이상의 중국 조직을 추가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의 이 같은 정책이 통제 강도를 높이는 방안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세부 조정 없이 통제 범위가 확대될 경우 해당 산업 분야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미국 내 목소리도 감지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민군겸용 수출통제 체제의 핵심·신흥 기술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우려국이 이미 제조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품목의 수출 자유화에 대한 검토 수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결국 모든 분야의 핵심 기술을 선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무분별하게 수출통제를 확대할 경우 저조한 기술 분야나 타국의 추격 분야를 파악하지 못한 채 불필요한 통제, 자국 내 산업 경쟁력 저하,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수입 리스크 증대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이 다자간 수출 통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우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갈륨, 흑연, 희토류 등의 원자재 수출통제 조치를 본격화함에 따라 산업 소재의 대중 의존성이 높은 우리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차전지의 주요 소재인 흑연은 중국이 약 60%의 글로벌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대중 의존도는 90%를 상회하는 규모다.
KIAT 관계자는 "중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의 기술 제재에 동참하는 동맹국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만큼 업계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외교적·정책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원자재, 부품, 장비 등 해외의존도가 높은 산업 투입물의 수급처를 다각화하고 국내 업체를 발굴·지원하는 업계 노력도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