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카카오뷰' 패착 빼닮은 다음의 '뉴스검색' 

2023-1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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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디지털미디어부 편집장
이재훈 디지털미디어부 편집장

문어발식 기업 운영과 주가 조작, 소상공인 소외 정책으로 뒷말이 많은 카카오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뉴스 검색 정책 변경을 놓고 뉴스의 다양성을 저버린 소위 ‘파렴치범’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다음 뉴스의 검색서비스 정책 전환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인터넷 신문사와 지역 언론들은 법정 공방은 물론 정치권, 시민단체, 언론단체 등과 함께 연일 카카오 때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뉴스 검색서비스 정책을 변경했다. 뉴스 검색페이지에서 콘텐츠제휴(CP) 언론사 기사만 노출되도록 기본값을 바꿨는데 독자가 뉴스 검색을 하면 콘텐츠 제휴 언론사 150곳 기사만 볼 수 있다. 나머지 인터넷 신문사와 전국 지방지 등 1000곳의 검색제휴 매체 기사는 바로 볼 수 없다. 이들 기사를 모두 보려면 뉴스페이지에서 ‘전체’로 설정 옵션을 바꿔야 한다. 바뀐 옵션은 한 달만 유지되고 한 달이 지나면 다시 원래 값으로 돌아가 CP사 기사만 검색되도록 했다.

다음 측은 이 같은 설정값 변경에 대해 ‘선호도’를 근거로 들었다. 6개월 정도 테스트를 해보니 이용자들이 CP사가 생산하는 기사를 전체 언론사 대비 22%포인트 더 많이 본다는 설명이다. 이용자가 더 보고 있으니 양질의 좋은 뉴스이고, 그래서 기본 설정값을 바꾼다는 일차원적 분석이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이 좋은 뉴스라는 것은 다수결 원칙이나 인기 투표 등으로 모든 기사의 값어치를 따진다는 이치와 같다.

이를 두고 인터넷 신문사와 지방지 등은 “독자들의 알 권리와 언론 다양성을 침해하는 뉴스 생태계 파괴 행위”라고 규탄하고 있다. 언론의 가치를 선호도와 인기 투표로 결정한다면 CP사가 생산하는 기사들도 1~100위 등으로 서열을 세우고, 또 그 안에서 10위권, 50위권 등 기준을 둬 뉴스를 바로 볼 수 없게 구분하는 서열 정리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냉소가 나올 정도다.    

같은 기준으로 뉴스를 공급하는 네이버는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로 정하고, 필요하다면 CP사와 전체 언론사를 구분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당장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지역 언론을 말살하는 다음의 뉴스 생태계 파괴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다음의 행위는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입헌 민주제를 부정하는 행위이며, 언론 자유를 말살하는 쿠데타이자 헌정 질서를 유린하는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도 “카카오 다음의 행태는 뉴스 이용자들의 ‘보편적 서비스’ 이용에 중대한 제약을 가져온 뉴스검열 쿠데타나 다름없다”고 비난했고 전국언론노조도 “수백 개 지역언론, 장애인·소수자 등 다양한 매체 뉴스가 유통되기 전에 폐기되는 셈”이라며 “재벌언론과 정부 여당에 이익을 주는 검색 제휴 중단을 철회하라”고 힐난했다.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진보당은 “대형 포털이 권한을 남용해 언론 지형을 뒤흔드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창업자에 대한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언론과 국민 소통을 막고 통제하려는 윤석열 정부와 방통위에 휘둘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기회에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공급 독과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 기사가 유통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포털의 ‘갑질 횡포’를 막을 수 없다”며 “다음의 조치는 사실상 군부 독재시대 ‘언론 통폐합’과 같은 조치”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다음의 정책 전환은 카카오가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이용 활성화를 꾀한다며 2년 전 시행했다가 최근 폐지한 ‘카카오뷰’ 서비스와도 닮았다. 카카오뷰는 사건·사고, 정치 이슈, 유머, 스포츠, 연예 등 각종 이슈나 관심사를 모든 언론사와 개인·단체가 카카오톡을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카카오뷰는 검색과 뉴스 기능 등이 네이버에 밀리던 ‘만년 2위’ 카카오가 구글 등에도 맥을 못 추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만든 고육지책으로 평가 받았다. 카카오뷰는 언론사와 개인 등에게 콘텐츠 제휴비를 제공하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차츰 인지도가 올라갔지만 지난달을 끝으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카카오가 밝힌 명분은 기대와 달리 이용률이 떨어지고 효과가 없어 사업을 접는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카카오 측은 서비스 중단 결정을 내리며 카카오뷰에 참여하는 언론사와 개인·단체에 통보하는 것으로 끝냈다. 최근 카카오 다음 뉴스가 시행한 뉴스 검색 정책 전환과 빼닮은 것이다. 

카카오뷰에 참여했던 언론사들은 당시 카카오의 정책 전환을 두고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고 평가했다. 흡사 이번 다음 뉴스 정책 전환이 카카오뷰의 패착을 되풀이하는 실패의 길을 걷는 게 아닌 가 하는 기시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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