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대까지 주저앉은 카카오 주가가 이달 들어 마침내 우상향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다음'이 제공하는 포털뉴스를 무단 개편하면서 이해관계자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고 5만원대까지 회복한 주가도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김범수 창업자 복귀, 책임·윤리 경영 의지 선언으로 피어오르던 시장 기대감이 가라앉을 조짐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5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3일 다음 포털뉴스에서 검색 제휴 매체를 배제한 개편을 단행한 이후 24일 5만500원, 27일 4만9850원 등 최근 한 달간 이어진 급등세가 꺾인 모습이다.
계열사 독립경영을 그룹 경영 방침으로 삼았던 김 센터장이 계열사별 자율성을 버리고 체계적인 관리·감독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위촉한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외부 준법·윤리 경영 감시 기구로 연내 출범한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6일에는 김범수 센터장 등 경영진 20여 명이 참석한 2차 공동체 경영 회의에서 김 센터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내부 기구 ‘경영쇄신위원회’를 신설해 카카오와 계열사 전체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했다.
내부 통제가 본격화하며 주가도 화답했다. 종가 기준 10월 31일 3만7800원, 11월 7일 4만3750원, 14일 4만6350원, 21일 4만9250원, 그리고 28일에는 5만11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주가가 5만원 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 6월 23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창업자인 김범수가 스스로 경영 쇄신 의지를 드러내고 카카오가 독립된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가동함으로써 회사 안팎의 악재를 걷어내고 기업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 여력을 발휘할 것인지는 이후 행보에 달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핵심 사업 계열사 외에 본체인 카카오의 혁신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카카오는 국내 검색포털 시장에서 1위 네이버와 2위 구글을 상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포털서비스 ‘다음’ 조직을 개편했다. 검색 서비스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맡고 있는 다음을 법인 내 독립경영 체제인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전환해 설립한다.
지난주 다음 포털뉴스 서비스에서 뉴스 검색 결과를 배열하는 기능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22일 오후 4시부터 콘텐츠 제휴를 한 언론사(CP사) 기사만 포털뉴스 검색 결과에 노출되고 검색 제휴를 맺은 언론사 기사는 이용자가 별도 설정을 적용해야만 한시적으로 노출되도록 했다.
다음 측은 “지난 5월부터 전체 언론사와 제휴 언론사를 구분해서 검색 결과를 제공했다”며 “그 결과 뉴스 제휴 언론사 기사 소비량이 전체 언론사 대비 22%포인트 더 많았다”는 점을 이러한 서비스 개편 근거로 제시했다.
언론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이 서비스 개편을 “국민들의 다양한 뉴스 선택권을 원천봉쇄한 악행”이라고 비판했다.
뉴스 선택권은 카카오 스스로 강조했던 다음 포털뉴스의 핵심 가치 중 하나였다. CP사 기사만 검색 결과에 노출하는 포털뉴스 기능 개편은 이용자에게 ‘더 다양한 언론사와 다양한 이슈에 대한 뉴스를 소비’하게 하는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상향하던 카카오 주가에도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8일 종가 기준 카카오 주가는 5만1100원으로 여전히 5만원대에 올라 있지만 개편 직후인 23일부터 3거래일간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CIC로 전환된 다음은 운영 독립성을 보장받았지만 그 실적은 결국 카카오 경영 성과와 무관치 않은데, 이번 서비스 개편은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행보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도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런 조치를 강행하면 다양한 지역 여론과 정치 동향, 현안을 알리는 지역 언론의 언로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이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29일 오후 전 회원사 ‘비상총회’ 개최를 결정했다. 연내 기자협회 등 유관 단체는 물론 정치권과 연계해 토론회 등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