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미국식 제시카법은 범죄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은 13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부터 시행해온 미국의 제시카법 효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법무부가 지난 1월 '2023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도입을 예고했던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 초안은 미국식과 흡사했다. 구체적으로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후 법원의 결정을 통해 학교 어린이집‧유치원과 같은 보육시설 등으로부터 500m 이내에 살지 못하도록 거주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대도시 중심의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국내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실장은 범죄분석·조사연구를 총괄하면서 이상동기 범죄·성범죄·범죄자 정신보건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난 2019년 '안인득 사건' 당시에는 중증 정신 질환자에 대한 집중 관리, 2020년 'N번방 사건' 때는 디지털 성범죄와 성착취 대응 방향을 제언했다. 지난 9일에는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정책 연구' 보고서를 발간해 미국식 제시카법 연구를 토대로 한국식 제시카법 운영 방식을 제안했다.
지역 주민 반발 예상…거주지 제한 예방 효과 의문도
지난 10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한국형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설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에 대한 동의 여부에 따라 참작될 수 있다. 국내 환경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시설을 설치하게 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무릅쓸 만큼 사회 안전에 기여하느냐다. 2006년부터 시행한 미국의 제시카법을 살펴보면 예방 효과가 적다는 게 윤 실장의 설명이다.
윤 실장은 "노숙자 문제부터 시작해서 불이행 문제도 굉장히 많다"며 "직업을 못 구하니 거주지 제한 명령을 무시하고 대도시에 그냥 살아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이행 반복 시 처벌할 수 있지만 경찰이 적발한 후 대상자를 찾아가 행정고시를 해야 한다. 경찰 의지에 따라 적발 여부가 달라지기도 하고 공권력 낭비도 뒤따른다는 것이다.
다만 윤 실장은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효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봤다. 법무부안은 미국과 달리 '거주지 지정' 방식인 데다 다른 보안 처분인 전자감시·성충동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이 때문에 거주지 제한 정책만의 범죄 예방 효과를 산출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실장은 "정책 자체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필요한 대상자가 존재하리라고 본다"며 "아동에 대한 성충동, 여성에 대한 강간 욕구가 높은 사람들은 형사 정책적으로 집중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시설을 설치하게 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무릅쓸 만큼 사회 안전에 기여하느냐다. 2006년부터 시행한 미국의 제시카법을 살펴보면 예방 효과가 적다는 게 윤 실장의 설명이다.
다만 윤 실장은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효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봤다. 법무부안은 미국과 달리 '거주지 지정' 방식인 데다 다른 보안 처분인 전자감시·성충동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이 때문에 거주지 제한 정책만의 범죄 예방 효과를 산출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실장은 "정책 자체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필요한 대상자가 존재하리라고 본다"며 "아동에 대한 성충동, 여성에 대한 강간 욕구가 높은 사람들은 형사 정책적으로 집중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범죄 10년간 40% 증가…"새로운 정책 고민 불가피"
지난 10년간 국내 강력범죄가 감소하는데도 성범죄는 증가세를 보였다.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2022 범죄백서'에 따르면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2021년 18만여 건으로 지난 10년간 29.6% 감소했다. 그러나 성폭력은 2012년 2만3000여 건에서 2021년 3만2000여 건으로 무려 40.8% 증가했다. 윤 실장은 "이미 전자장치부착, 신상정보 공개·고지, 성충동 약물치료와 같은 보안 처분들을 다 사용하고 있음에도 성범죄가 줄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혐오·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 등은 매우 큰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성범죄자 출소에 대한 지역 사회 두려움과 반복되는 이상동기 범죄로 고조된 국민 불안감에 맞물려 등장했다. 윤 실장은 "가령 성범죄 전과 경력 3회 이상의 누범자는 형벌이 이미 잘 작동하지 않는 범죄자"라면서 "형사 정책은 이처럼 형벌 부과만으로는 형사 제재로의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 보안 처분을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서현역과 신림역에서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 역시 지난 10년간 N번방 사건 이후로 가장 반향이 큰 사건이었다"며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도입 시 정책의 타당성이나 효과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안 처분의 우선 목표는 범죄자의 개선에 있다"며 "한국형 제시카법의 시설이 절대로 구금 시설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리치료 강화 등 집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라 하더라도 범죄적 성향을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