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제시카법이 오히려 노숙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를 감시하는 보호관찰관도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거주지 지정 대상자를 관리할 업무까지 추가되면 이탈자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 9일 발간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정책 연구' 보고서는 "2021년 기준 전자감독 인력 1인당 담당 대상자 수는 17.3명으로 해외 주요국 대비 약 2배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도입한 미국은 노숙자 문제로 골머리인데...국내 보호관찰 인력난은 '고질병'
국내 전자감독 대상자는 증가하고 있는데 관리 인력 증원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인력난은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지난해 7월 기준 전자감독 대상자는 4499명으로 2017년 2981명에 비해 5년 사이 33.7%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17.4건의 전자발찌 훼손이 발생했으나 1인당 관리 대상자는 지난해 7월 기준 18명으로 여전히 과부하 상태다.다만 법무부안은 아동관련 시설 반경 500m 제한 조항이 빠진 대신, 지정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대상자가 출소 후 거처가 따로 없고, 가족과 단절된 상태인 경우 지정시설 거주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구직 활동이나 가족과의 거주를 위해 불법 퇴소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보고서는 "이들을 고위험군 성폭력 약탈자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관리 감독이 중요하다"라면서 "이들의 관리자로 보호관찰관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지만, 보호관찰의 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재 파악 더 어려울 수도...무단 이탈 시 대비책 필요
제시카법이 성범죄자에게 교도소로 다시 돌아가거나 노숙자로 사는 두 개의 선택지만 남겨 놓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2010년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에서 나오기도 했다. 보고서는 "홈리스(노숙자)는 미국의 심각한 문제인데 성범죄자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원인으로 거주지 제한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짚었다.한국형 제시카법에 대해서도 "고위험 성범죄자가 사회복귀를 위해 필요한 각종 자원(심리치료, 직업, 사회적 지지 등)에서 더욱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보안정책이 추구하는 본연의 목적, 즉 사회 방위와 재사회화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지정시설 이탈은 성범죄자들의 소재 파악 문제로도 이어진다. 특히 대상자가 전자감독도 받고 있다면, 거주지를 바탕으로 보호관찰소 지정하에 관리·감독·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데 이같은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 미국에서 역시 제시카법 대상자들이 노숙자가 되면서 오히려 그들의 소재 파악이 어려워졌다. 보고서는 "캘리포니아주의 가석방 성범죄자 중 3분의1인 약 2100명의 거주가 불분명한데, 이는 법이 통과된 이후 24배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보고서에서는 "지정시설 무단 이탈, 노숙자 생활 지속에 대한 대비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상자를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제한하고, 사회적 자원으로부터의 배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유동적인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대상자는 "형 집행만으로는 재범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거주지 제한이 필요한 자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지정시설은 가장 기본권 제한이 적은 위치를 선택하고, 재범 위험성에 따라 거주지 제한을 임시 해제도 가능하도록 입법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