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페트병을 휘둘러 사람을 다치게 했더라도 특수상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빈 페트병이 특수상해죄 성립 요건인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수상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7)에게 특수상해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1심은 "2L 페트병에 물이 들어 있었다면 무게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고 단단한 부분으로 여러 차례 내리치면 사회 통념상 상대방이 신체의 위험을 느낄 수 있다"며 "형법에서 규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 80시간의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교육 수강을 명령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특수상해 혐의를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 사진에서 뚜껑을 뜯지 않은 페트병은 보이지 않고 피해자도 명시적으로 '생수가 가득 찬 병에 맞았다'고 진술한 적은 없다"며 "빈 페트병 자체는 피해자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수상해가 아닌 일반 상해죄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고 합의한 점 등도 고려됐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