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검찰의 전방위 압박에 몸살을 앓고 있다. 라임 등 사모펀드 추가 검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거의 매달 진행되는 조사와 검사, 수사에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재검사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날로 조사 범위가 확대하며 증권업계에선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단성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31일 특혜성 환매 의혹에 연루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증권사는 각각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농협중앙회, 고려아연에 라임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10대 대형 증권사는 검찰 압수수색, 금감원 검사, 공정위 조사 등을 겪지 않은 곳이 없었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 채권형 랩·신탁상품 불건전 영업 관행,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주가폭락 사태 등이 사유다.
지난 6~8월에는 공정위와 금감원의 현장 조사를 동시에 받는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는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과 관련해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삼성·신한투자·메리츠·키움·대신·교보·DB금융투자 등 증권사 11곳과 금융투자협회를 현장 조사했다. 국고채 전문 딜러(PD)로 지정된 이들 증권사가 국고채 입찰 참여 과정에서 부당하게 정보를 교환하거나 담합했는지 조사를 벌였다.
비슷한 시기 금감원은 채권형 랩·신탁상품과 관련해 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미래에셋·NH투자·KB·하나증권 등을 상대로 채권시장 관행으로 여겨지는 자전거래나 파킹거래 등 불건전 영업 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개별 증권사 중에선 KB증권이 환매중단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여부 점검 등 네 차례의 금감원 수시검사,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으로 인한 두 번의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키움증권도 올해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검찰 압수수색을 두 차례, 금감원 검사를 한 차례씩 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미 마무리된 줄 알았던 라임펀드 사태까지 금감원과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면서 증권가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재검사 결과가 펀드 운용사, 피투자회사에 대한 자금 사용처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관련 의혹이 판매사로 집중되는 것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지난달 24일 금감원이 특혜성 환매 의혹 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고, 특혜성 환매 의혹 대상자 중 하나인 김상희 의원이 미래에셋증권에서 환매 권유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증권사로 불똥이 튀었다.
업계에서는 특혜 의혹과는 별개로 증권사가 고객의 손실 확대를 우려해 펀드 환매를 권유하는 것 자체는 '정상적인 역할'로 보고 있다. 검사와 제재 등 행정적 처분이 끝난 사안에 재검사를 착수하는 명분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이탈리아 헬스케어·독일 헤리티지 등 많은 투자 피해가 발생한 5개 펀드 등에 대해서는 금감원 금조위가 분쟁 조정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대표 민원 사례를 상정하고 양 당사자 간 조정이 성립돼 나머지 투자자는 동일 기준으로 판매사들이 민원에 대해 자율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2020년 6월부터 분조위를 통해 라임(2018년 11월 이후 판매분)·옵티머스·헤리티지 등 3개 펀드 투자자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투자원금 전액 환불로 조정했다. 라임 국내·디스커버리 등 펀드 투자자에 대해서는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손해액의 40∼80%의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끝난 줄 알았던 사모펀드 사태를 재검사 하면서 펀드시장 위축이나 투자상품의 자기 책임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책임을 판매사가 지는 분위기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조사 중인 내용들을 살펴보면 과거 피해자 보상까지 모두 끝낸 문제까지 다시 되짚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자 전반에 불신을 심화시켜 투자시장 전체가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