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기획재정부 출신을 장차관으로 둔 부처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특히 기재부 예산실 출신 관료를 수장으로 둔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도 예산 증액 기대가 더욱 크다. 언제 어떤 부서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꿰뚫고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16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다음 달 1일 국회 제출을 목표로 '2024년 예산안' 3차 심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와 다른 부처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기재부 차관보를 역임한 한훈 차관이 있는 농식품부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무관 시절 예산실 핵심 부서인 농림해양예산과와 예산총괄과 등을 거친 만큼 본격적인 예산철에 누구보다 예산실 분위기를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주요 보직을 거친 에이스인 만큼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할 때 노련미가 돋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차관은 직원들에게 내년도 예산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올해 예산안은 17조2785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7조원을 넘긴 바 있다. 내년에도 기재부 출신 한 차관의 노련미를 앞세워 증액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기재부 출신으로, 지난해 복지부 1차관에서 4개월 만에 장관이 된 케이스다. 기재부 근무 당시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 등 예산과 재정 분야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꼽힌다.
정부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나선 가운데 약자 복지를 위한 재원 조달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장관이 본인 능력을 살려 복지부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각종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과 생계급여 산정 기준을 상향하면서 복지부는 약 2조원대 예산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준 중위소득을 활용하는 수십 개 복지사업 예산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조 장관 능력은 이미 지난해 검증된 바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예산안에서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위한 총지출 증가율을 엄격히 관리한 가운데 복지부만 중앙부처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복지부 총지출 규모는 109조1830억원으로 2022년 본예산(97조4767억원) 대비 11조7063억원(12.0% 증가) 늘었다.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108조9918억원)보다는 1911억원 증가한 규모다.
기재부 출신을 차관으로 둔 해양수산부도 기대감이 크다. 박성훈 해수부 차관은 2019년 3월 기재부 국장 신분으로 더불어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맡은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기재부에서 예산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장차관은 어느 시점에 어느 부서를 공략해야 하는지 세세한 내부 사정까지 꿰뚫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아무래도 다른 부처보다 많은 예산을 기대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