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6일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사업을 점검하고 '기회 선점'을 강조했다.
삼성전기 경영진들과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한 후 MLCC 공장을 직접 살펴본 이 회장은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했다. 이후 현지서 근무하는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며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시간도 가졌다.
전장용 MLCC, 미래먹거리로 집중 육성
최근 이 회장은 수시로 △부산 △수원 △중국 톈진 등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며 고부가 MLCC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1988년부터 MLCC를 개발·생산해 왔으며,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 발달로 인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장용 MLC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18년 톈진에 MLCC 2공장을 건설했다.
삼성전기는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전기차·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전장용 MLCC 매출 1조원 달성 목표를 세웠다.
이번에 방문한 필리핀 생산법인도 2000년부터 IT용 MLCC, 인덕터 등을 생산해 왔으나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고성능 전장용 MLCC 추가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2012년 MLCC 제2공장을 준공하고, 2015년 288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하는 등 부산, 톈진 생산법인과 함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성장했다.
삼성은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는 한편, 중국과 필리핀은 IT·전장용 MLCC의 글로벌 핵심 공급 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재용, 글로벌 車 오너 협력 강화… 전장 사업 진두지휘
업계에서는 MLCC 시장이 2023년 4조원에서 2028년 9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MLCC 분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특히 스마트폰에 IT용 MLCC가 1000개가량 탑재되는 것에 비해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3000~2만개가 탑재되고, 가격도 3배 이상 높다.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다.
이 회장도 차량용 전장 사업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초격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 경영자들과 만나며 전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는 일론 머스크 CEO를 만나 차량용 반도체 등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은 2016년 '디지털콕핏(디지털 계기판)'과 카오디오 분야 세계 시장 1위 기업인 하만을 인수합병(M&A)했다. 이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후 직접 추진한 최대 M&A로 꼽힌다. 하만은 인수 첫 해인 2017년 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2023년 매출 14조3885억원, 영업이익 1조1737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전장 사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 DS부문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하만 등 전자 부품 계열사의 역량을 총집결해 전기차 부품 가치사슬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