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사수를 위해 이번주 내로 공개매수가를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현재 상황에서 MBK파트너스·영풍과 공개매수 조건이 동일하게 되면 최 회장 측이 기간, 물량 등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수성을 위한 양측의 치열한 맞불 전략에 ‘승자의 저주’는 두 곳 모두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과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등 최씨 일가가 출자해 만든 특수 목적 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영풍정밀 공개 매수 가격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영풍정밀의 경우 상대적으로 공개매수가가 낮아, 주식 매입 부담이 적은 편이다. 업계에선 MBK가 영풍정밀 유통 물량 전체인 보통주 684만801주(43.43%)를 확보할 계획인 만큼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가 인상과 함께 목표 물량 25%(393만7500주)를 더 높이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당초 MBK·영풍 측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은 2만원이었다. MBK·영풍 측이 이 가격을 2만5000원으로 추가로 올리자 제리코파트너스가 지난 2일 가격을 3만원으로 높이며 대항 공개매수에 나섰다.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인상과 관련해 고려아연 측은 “아직 공개매수가 인상에 대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이사회 직후 당장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인상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려아연 역시 이번주 중 이사회를 개최하고 공개매수가 인상을 결정한다. 11일 전에 공개매수가 조정을 하지 않으면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기간이 더 늦어지기 때문이다. 통상 주주 입장에선 먼저 주식을 사준다는 곳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 공개 매수 기간이 먼저 끝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최 회장 측은 현재 세금 측면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MBK·영풍이 진행하는 일반 공개매수에 청약 시 0.35%의 증권거래세와 거래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면 되지만,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는 배당소득세가 적용돼 최고 세율이 49.5%에 달할 수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재조정된 MBK·영풍 측 마감일인 오는 14일 이전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83만원 이상으로 올릴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최 회장의 대항 공개매수 진행에 맞춰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한 차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린 데 이은 두 번째 인상이다. 인상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83만원은 상장 이래 역대 최고가 67만2000원과 비교해 23.5% 높은 수준이다.
다만 양측의 이 같은 출혈 경쟁에 누가 이겨도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가 경영권을 확보하든 공개 매수 이후에는 조달한 자본의 이자 및 투자자 보상 등의 부담을 떠안아야 해서다. 특히 공개 매수 이후에는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 뒤늦게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에 대한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