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디플레에 디폴트 우려까지…'D의 공포' 현실화된 中 경제

2023-08-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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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디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하락)에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까지. 중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안 그래도 취약한 경제 기반에 부동산 및 금융 부문 우려까지 더해지며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및 1~7월 고정자산투자 등 실물 경제지표는 일제히 예상을 밑돌았다. 그중 중국 소비 상황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에 그친 가운데 예상치(4.2%)와 전월치(3.1%)를 모두 하회하며 올 들어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국가통계국이 이번에는 청년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통계국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령별 실업률을 발표했는데, 그중 16~24세 청년 실업률은 6월에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따라서 이번에 청년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고용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국가통계국은 "전체적으로 7월 국민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고품질 발전에 탄탄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세계 정치·경제 형세가 매우 복잡하고 국내 수요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 회복 및 호전의 기반이 아직 견고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제를 관리함에 있어 거시정책의 역할을 강화하고, 내수 확장과 신뢰도 상승 및 리스크 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공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7월 지표는 중국 경제의 현 주소를 재차 확인시켜 준 모습이다. 앞서 지난주 발표된 중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년 8개월 만에 동반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본격 디플레이션 진입을 알렸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업체 존스 랑 라살의 브루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지표 결과는 중국 경제가 역풍에 맞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며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효율적인 정책 지원이 있는 영역은 별로 없다"고 짚었다. 
 
디폴트 우려
중국 경제는 팬데믹 이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연초 '반짝'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2분기 이후 다시 둔화된 가운데 하반기 들어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7월에는 중국 정부가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부동산·소비 중심으로 경기 부양 의지를 시사한 것을 비롯해 각종 경기 진작 대책들을 내놓았으나 7월 경제지표 결과를 보면 그 효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영문명: 컨트리가든)이 디폴트 위기에 처하면서 부동산 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2종의 달러채에 대한 이자를 미지급한 데 이어 10일에는 공시를 내고 올해 상반기에 약 450억~550억 위안(약 8조2700억~10조1100억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14일부터는 11종의 역내 위안화 채권의 장내 거래를 중단시켰다. 

우량업체로 평가받던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에 몰렸다는 것은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들 역시 대부분 재정난에 처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전날에는 중국 국유기업 기반의 부동산 기업 위안양(遠洋) 역시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처럼 연이은 주요 부동산업체들의 디폴트 위기는 가뜩이나 위축된 중국 부동산 수요에 충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주축 산업으로, 사실상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기둥 산업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부동산 위기가 신탁업계 등 금융 부문으로까지 번질 태세라는 것이다. 전날 21세기경제보 등 현지 언론은 중국 최대 민영 자산관리 그룹인 중즈(中植) 산하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中融)신탁이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진보구펀 등 3개 회사에 만기를 맞은 상품의 환매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신탁업체들은 은행에서 주로 취급하지 않는 부동산 개발 등 프로젝트에 투자해 자금을 운용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이 막힌 부동산 기업들은 신탁업에 의존해 자금을 마련해왔다. 이처럼 부동산업체들의 자금줄이 되어왔던 신탁업체마저 자금난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중국 신탁업 운용자산만 2조9000억 달러로, 이 중 약 13%가 부동산 개발 등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신탁업 부실 리스크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판 '리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화들짝 놀란 中 정부, 파격 금리 인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정부도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이날 인민은행은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종전 1.90%에서 1.80%로 0.10%포인트 인하했다. 또한 1년물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는 종전 2.65%에서 2.50%로 0.15%포인트 내렸다. 이는 2개월 만의 '깜짝' 금리 인하인 동시에 2020년 이후 최대 금리 감소폭이다. 다시 말해 중국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 지표는 중국 경제가 하반기 들어서도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는 이날 (중국의) 신속하고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대한 분명한 이유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이후 가전, 자동차 소비 장려책 및 지방 도시들의 주택 구매 장려책 등 각종 경기 진작 조치를 연달아 내왔으나 중량감 있는 부양책은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상당히 무게감 있는 조치로, 경제난 및 부동산 위기 해결을 위해 중국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섰다는 평가이다.

스위스계 금융사 유니온 방카르 프리비(UBP)의 카르로스 카사노바 선임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7월 중앙정치국 회의는 중국이 경제 부양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분명히 강조했다"며 "오늘 (금리 인하) 결정은 그 방향을 향한 분명한 첫 걸음"이라고 평했다. 이어 인민은행이 다음 조치로는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미 시작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디플레이션과 디폴트 우려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향후 대처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라는 "중국 정부는 이미 부동산 부문의 긴장 완화를 위해 몇 가지 조치를 했다"면서도 "당사 관점으로는 그것들이 너무 느렸고, 또 너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후 일정 시점에서는 중국 정부가 악순환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조치들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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