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다뉴브강 일대 항만을 공습하면서 곡물 4만톤(t)이 소실됐다. 공급난 우려에 밀 가격이 5% 급등했다가 상승분을 다시 반납하는 등 러시아가 곡물을 볼모로 잡고 세계 식량 가격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새벽 다뉴브강 근처 이즈마일시 항구 곡물 저장고가 러시아 드론에 의해 손상됐다"고 말했다. 이즈마일시는 다뉴브강을 경계로 루마니아와 마주하고 있는 항구도시다.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을 탈퇴한 뒤 곡물을 수출하는 해상 항로 기능을 했지만, 이번 공습으로 이곳마저 막히게 됐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인프라장관은 "이번 공습으로 중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아프리카로 향하던 곡물 4만t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세계 시장에 우크라이나가 곡물을 공급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17일 흑해 곡물협정에서 탈퇴한 뒤 지금까지 곡물 22만t, 항구 인프라 26개, 민간 선박 5척 등을 파괴했다. 기존 우크라이나 교역에서 70%가량이 이뤄지던 해상 무역을 막은 상태에서 남은 교역 창구들마저 집중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 공습에 세계 곡물 시장은 휘청거렸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가격은 러시아 공습 이후 공급에 대한 우려로 5%가량 급등했다가 상승분을 반납하는 등 요동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을 파기함에 따라 곡물가가 최대 15%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공급받는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식량 상황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가 곡물 수출 통로를 반복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큰 만큼 곡물 가격은 계속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을 탈퇴한 뒤 다뉴브강 일대를 공습했을 때 세계 곡물 가격은 8일 만에 17% 상승했다.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안은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에 복귀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서방이 조건을 이행하면 흑해 곡물협정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비료·농산물 수출 보장 등을 흑해 곡물협정 복귀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