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만료 노리고 자수한 조폭, 29년 만에 살인죄로 '재판행'

[사진=연합뉴스]

밀항 시기를 거짓으로 자백해 살인죄 공소시효 만료를 주장한 조직폭력배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1994년 발생한 ‘강남 뉴월드 호텔 조폭 살인사건’을 저지른 조직폭력범 1명을 검거해 구속기소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공범 1명도 공개수배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광주지방검찰청은 28년 전 조직폭력배 간 보복살인을 저지른 혐의(살인·살인미수)를 받는 서모씨(55)를 지난달 구속기소하고 이날 밀항단속법위반죄로도 추가 기소했다.
 
서씨는 과거 폭력조직인 ‘영산파’의 행동대원으로 지난 1994년 12월 조직원 11명과 서울 강남 뉴월드호텔에서 흉기로 다른 조직원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사건으로 영산파 조직원 10명은 체포돼 각각 무기징역에서 5~15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서씨 등 공범 2명은 사건 직후 도주해 지난 28년간 검거를 피했다.

 
서씨는 중국으로 밀항해 검거를 피해왔지만 지난해 3월 돌연 중국 심양 영사관을 찾아가 밀항 사실을 자백하고 범죄 사실도 자수했다. 이후 서씨는 살인죄의 공소시효인 15년이 만료된 후인 2016년 중국으로 밀항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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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광주지검은 서씨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소시효 완성 전에 밀항한 것이라고 봤다. 형사소송법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한 경우 그 기간 동안의 공소시효는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 재수사를 통해 서씨가 2003년 중국으로 밀항한 사실을 확인했다. 2015년 7월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됨에 따라 검찰은 서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고 구속기소했다.
 
한편 검찰은 뉴월드호텔 사건의 마지막 공범인 영산파 행동대장 정동섭(55)의 국외 도피 사실도 확인하고 이날 정씨도 공개수배했다.
 
검찰은 잔존한 영산파 조직원들이 서씨와 정씨의 밀항 및 도주 행각을 지원했다고 보고 경찰과 ‘조직범죄 대응 수사기관 협의회’를 통해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영남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살인사건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각오로 전면 재수사에 착수,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했다”며 “정동섭도 끝까지 추적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