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난 은행권 경쟁 촉진] ③ 전문가들 "이대로는 실효성 없다...진짜 '메기' 필요"

2023-07-0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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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융당국과 은행지주회장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은행권 개선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두고 시작과 다르게 알맹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기존 금융회사에 대해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겠다는 방침은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TF의 목적대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서는 진짜 '메기' 역할을 하는 신규 은행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5일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이번 TF가 용두사미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금융위의 결론이 은행권 경쟁을 촉진한다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기존 금융사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지원한다지만 현재 과점 체제에 있는 대형 은행과 전환된 기존 금융사가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도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승격은 큰 효과가 없다”며 “이미 지방은행은 서울과 수도권에 지점이 있지만 5대 시중은행이 전 은행권 예금과 대출 중 70%를 점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금융당국의 문제인식부터 잘못됐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동진 상명대 교수는 “현재 은행권의 가장 큰 문제는 실물경제에 금융을 지원하는 기능은 크게 약화된 채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만 영업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인식 없이 독과점 폐해가 있다는 접근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꺼낸 결과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기존 금융사를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는 금융위의 방침이 오히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은행을 난립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기존 금융사는 현 대형 은행과 경쟁해서는 비교우위를 갖출 수 없어 자칫 금융사의 은행 전환이 시중은행 난립만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마구잡이로 은행을 만들 것이 아니라 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은행 숫자를 늘리는 접근은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허용해 건전성 악화 문제로 금융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진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열악한 거시건전성 관리체제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인 부분이 시중은행인데 건전성이 낮은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이 부분조차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고 부작용이 큰 지방은행의 시중은행화보다 진짜 경쟁 촉진 역할을 하는 신규 은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혁신성을 갖춘 은행을 출범시켜 소비자가 이용하는 금융서비스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영국 챌린저 뱅크와 같은 혁신 은행 또는 인터넷 은행 확대가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교수도 “미국은 애플이 예금을 받는 등 사실상 금융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강력한 메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 간 업종별 장벽을 없애고 금산 분리 규정을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할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도 “우리나라 은행은 기업금융 쪽 역할이 작고 중금리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틈새시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스몰 라이선스나 챌린저 뱅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처럼 단순하게 라이선스를 주면 당초 기대했던 틈새시장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고착화시킬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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