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DL이앤씨는 플랜트 사업을 중심으로 1분기 매출 상승을 이끌어냈다. 동종업계 대비 건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친환경 신사업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우량 프로젝트 중심 선별수주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1분기 플랜트 매출 급증·안정적 재무수준 유지···"실적 반등 가능성도"
다만 주택 원가율(원가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상승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130억원에서 522억원으로 53.8% 감소했다. 1분기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9%p 상승한 89.5%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외주비 증가 영향이 이어지며 주택 원가율이 직전 분기와 같은 92%를 기록한 탓"이라며 "다만 주택원가율은 이번 1분기 정점을 찍고 향후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영업이익이 반등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대형 건설사 중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92%로 지난해(91%)보다 소폭 올랐으나 △GS건설(256.8%) △대우건설(184.5%) △현대건설(114.9%) 등 경쟁사에 비해 낮다.
순현금 보유액도 1조732억원으로 유동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말 한국기업평가에 이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의 주요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DL이앤씨의 보유현금 유동성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부채, PF차입금 규모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대형 프로젝트 줄줄이 수주···1분기 신규수주만 3조원 이상
전반적으로 수주 호조세를 보인 가운데 특히 플랜트 수주가 크게 늘었다. 1분기에만 1조7727억원의 신규수주를 기록하며 전년동기 2490억원 대비 612% 증가, 지난해 전체 신규수주액 1조746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 수주한 1조4000억원 규모 사우디 샤힌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1분기 별도 기준 전체 신규 수주는 3조174억원으로 지난해 9736억원 대비 209.9% 증가했다. 주택과 토목 분야도 각각 6947억원에서 9590억원, 299억원에서 3857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주택 수주는 어려운 시장환경 속에서도 도시정비 사업 확대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2933억원에서 6105억원으로 71% 늘었다.
앞서 마창민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를 사업전략으로 제시했다. 높은 사업성 위주의 선별수주로 향후 실적을 반등시키겠다는 목표다.
대형 프로젝트 계약도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지난 4월 계약금액 3151억원 규모의 강북5구역 공공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따낸 데 이어 지난달에는 국토부가 발주한 총 사업비 6974억원(수주액 3457억원) 규모의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사업'도 수주했다. 최근 성남시 분당구 '백현 마이스(MICE) 도시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예상 공사비는 2조718억원에 달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조만간 부산 해운대구 중동5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유력하고, 8월 새만금국제공항 수주도 참여할 계획"이라며 "이밖에도 수주 검토 중인 사업장이 많다"고 밝혔다.
◇CCUS·SMR 등 탈탄소 사업 확장으로 미래 동력 확보
이 회사는 탈탄소 사업 진출을 통해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친환경 탈탄소 전문회사 '카본코(CARBONCO)'를 설립,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과 함께 친환경 수소·암모니아 사업에 뛰어들었다. DL이앤씨는 현재 카본코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기업·단체들과 기술 상용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남호주 주정부, 경북 울진군 등과 수소 생산 및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협업하고 있으며 미국 발전회사 GE가스파워와 협력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내 CCUS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수 담수청이 운영하는 발전소에서 포집한 탄소를 해수 담수화 후처리 공정에 활용하는 CCUS 기술 도입에도 협력한다.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난 1월 미국 SMR개발사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면서다. DL이앤씨는 향후 엑스에너지와 SMR 플랜트 사업 개발을 협력하고 에너지 사업 분야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두 사업 모두 단기간 내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DL이앤씨 관계자는 "CCUS 산업 자체가 초기 단계라 당장 대규모 수주가 가능한 상황은 아니며,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SMR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한 사업으로 기술이 완성되는 시점에 본격적 사업 진행이 가하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올해 목표로 매출 8조2000억원, 신규수주 14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DL이앤씨 측은 "건설업 전반이 어렵지만 뛰어난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우량 프로젝트를 확보하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CCUS, SMR 상용화에 앞장서 다양한 산업에 탄소저감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