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경보에도 무감각·대피소 몰라 허둥"...민방위 경각심 '빨간불'

2023-06-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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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경보와 재난 문자는 달라"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발령 위급재난문자(왼쪽). 이어 행정안전부는 오전 6시 41분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고, 서울시는 경계경보해제를 알리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도모씨(27)는 전날(31일) 오전 6시 41분 경계경보 메시지를 보고 곧장 비상식량을 챙겨 지하주차장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도씨처럼 대피장소로 이동한 시민은 드물었다. '대피하라'는 문자 내용에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어느 곳으로 대피할지 몰라 허둥댔다. 경보 메시지가 울린 출근길 지하철 안의 시민들은 미동조차 없었다.
 
서울시·행정안정부의 경계경보 엇박자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의 낮아진 민방위 경각심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6시 41분 서울시가 경계경보가 울렸지만 시민들은 경보가 울리고도 대피할 장소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9분 뒤 '오발령'이라는 행정안전부와 "경계경보가 해제됐다"는 서울시의 문자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황당하다", "아침부터 단잠 깨운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한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사이렌이 울려서 아침부터 잠 깨운다'는 반응들을 보니 휴전 국가에서 경각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실한 대응만큼 시민들의 낮아진 민방위 경각심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경계경보는 이번을 포함해 2010년도 연평도 포격사건, 지난해 11월 북한의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탄도미사일 발사 때 등 역사상 총 4번 있었다. 그런데 이 같은 민방위 경보를 재난관리 문자 시스템을 빌려서 알리다 보니 재난 문자와 경계경보의 심각성에 혼동이 왔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 선제적인 경보가 필요한 조치였다는 평가와 함께 오히려 경기도와 인천도 경계경보가 필요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문현철 국가위기관리학회 부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구축돼 있는 주민 보호 시스템을 이럴 때 가동해 봐야 한다"며 “민방위 기본법상 주민을 보호하는 민방위 시스템의 시작은 경보를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북한과의 갈등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괜히 불안감만 야기시켰다는 반응은 과하다는 우려다. 문 부회장은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한 한반도에서는 이런 군사적인 위기가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 상태에서 사람을 놀라게 했느니 하는 건 매우 지엽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6년간 민방위 훈련 공백...민방위 시스템 작동성 강화해야
국민들이 대피 장소를 모르는 등 민방위 경각심이 낮아진 데에는 지난 6년간 축소된 민방위 훈련에도 원인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읍·면·동 단위마다 학교나 지하시설 등 대피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국민들이 이곳을 인지하고 대피하는 훈련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에도 민방위 훈련이 있었으나 학교와 관공서로만 제한되는 등 축소된 상태로 실시됐다. 문 부회장은 "이미 구축된 민방위 시스템을 경보부터 시작해 대피까지 실전 적용하는 '작동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계 경보가 전 국민이 위기 상황에 대응할 계기가 될 수 있었으나 서울시와 행안부의 미흡한 대응은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된다. 하루 전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가 예고됐던 만큼 경계 경보 작동 여부, 경보 전달 방법, 대피시설 점검 등을 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경보 문제가 반복되면 진짜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즉각 대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어느 정도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고 최종적으로 행정안전부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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