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김영춘 회장이 법정 송사에 휘말리게 된 계열사 불법 대여 의혹 등을 세무조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해종건은 2019~2022년까지 최근 4년간 KL(케이엘)산업 등 특수관계사에 총 6700억원의 자금을 빌려줬다. 이는 10억원 안팎의 수준인 대여금은 제외한 수준으로 실제 대여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해종건은 해당 자금 중 3498억원은 상환받거나 일부는 대손상각으로 손실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327억원은 지난해 말 현재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4년간 서해종건으로부터 가장 많은 자금을 빌린 곳은 종속기업 케이엘산업이다. 케이엘산업은 서해종건으로부터 지난해에만 2547억원의 자금을 대여받았다. 이 가운데 1149억원은 같은 해 상환했고 1397억원은 아직 남아있다.
주택건설 및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케이엘산업은 2021년 설립된 신생 업체다. 설립 초기 자본금은 1000만원으로 지난해 2월 3억원으로 증액됐다.
케이엘산업의 임원은 단 두 명으로, 모두 김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케이엘산업 등기부등본을 보면 사내이사에는 김 회장의 차남 진성씨가, 감사에는 김 회장의 처조카로 알려진 김상동 서해종건 전무가 올라있다.
서해종건에서 두 번째로 돈을 많이 빌린 곳은 와이제이건설이다. 서해종건은 2019년 설립된 이 회사에 최근 4년간 1100억원의 자금을 대여했다.
와이제이건설 대여금은 김 회장이 자녀 회사에 무담보로 거액의 자금을 빌려줘 배임죄가 성립된다는 의혹을 낳게 됐고, 김 회장은 결국 수사기관에 넘겨졌다.
앞서 지난해 7월 용인역삼구역도시개발사업(용인역삼사업) 조합원 A씨는 김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김 회장이 서해종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와이제이건설을 자기 자녀들이 지배하는 회사라는 이유로 거액의 자금을 대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고발인 A씨는 “서해종건은 채권회수를 위해 매우 신중한 조치가 요구됨에도 보증을 받거나 담보를 받은 내역을 찾아볼 수 없다”며 “해당 자금의 대여는 김 회장 일가만이 이익을 얻게 될 뿐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의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와이제이건설은 김 회장의 차남 진성씨와 딸 은정씨가 각각 58%, 42%씩 보유하고 있으며, 대표에는 진성씨가 올라 있다.
이 밖에 서해종건은 엘케이매니지먼트와 호영개발에 4년간 1773억원의 자금을 대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엘케이매니지먼트는 2019년 설립됐으며, 김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호영개발은 김 회장 등 특수관계자가 100% 지배하고 있고, 2014년 만들어졌다.
서해종건이 자금을 빌려준 기업들이 종속기업이거나 회장과 친인척 관계로 얽혀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자금 회수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업계에서 관계사에 자금을 빌려주는 사례는 흔하다면 흔하다”라면서도 “중요한 건 담보가 충분해야 한다. (서해종건 특수관계) 업체들 외형을 봤을 때 추후 회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서해종건 지분은 지난해 말 현재 김 회장이 과반인 76.8%를 가지고 있고, 장남 헌성씨와 기획재정부가 각각 12.9%, 10.3%씩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