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전년대비 10%포인트가량 개선된 100%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국이 발표한 손해율은 위험손해율이 아닌 경과손해율이다. 그래서 적자가 여전히 크다는 게 보험권의 평가다. 경과손해율 산출 시 사업비가 더해져 약 80%를 초과할 경우 보험사가 손실을 보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보험료 수익도 전년대비 상승했지만, 보험료 인상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8일 '2022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을 발표하고, 지난해 실손 경과손해율이 전년대비 11.8%포인트 개선된 101.3%라고 밝혔다. 보험료수익도 13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6000억원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당국에서 발표한 해당 수치는 보험료 조정 등에 사용되는 위험손해율이 아닌 경과손해율로 발표됐다는 점을 들어 20%포인트가량 적자가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실손보험은 지난해 1조5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손해율은 발생손해액(지급보험금)을 위험보험료(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이 되는 보험료)로 나눈 값이다. 위험손해율은 산정 시 사업비(부가보험료)가 포함되지 않아 보험료율을 산출할 때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과 접점이 큰 보험 관련 연구자료 등에는 위험손해율로 관련 수치가 주로 표기되고, 100%를 넘을 경우 보험사가 손실을 보는 것으로 판단한다.
경과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합친 금액으로 나눈 값이다. 분모 수치가 커지는 만큼 위험손해율보다 관련 수치가 적게 산출되고, 80% 초과 시 보험사가 손실을 보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업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통상 공시에는 경과손해율로 기재된다는 게 보험권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경과손해율을 위험손해율로 전환 시 117.2%라고 밝혔다. 경과손해율보다 15.9%포인트 차이가 났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번 실손 보험수익 증가는 실손 보험료 인상에 따른 영향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말 보험업계와 협의를 통해 2022년 분에 대한 실손 보험료를 평균 약 14.2% 인상한 바 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실손 보험료 수익과 경과손해율이 수치적으로 개선되기는 했으나, 이는 보험료 인상에 따른 영향이지 과잉진료 감소 등 완전한 체질 개선이 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어렵다"며 "도수치료 등 여전히 실손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늘고 있어, 올해 위험·경과 손해율이 모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해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12조88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도수치료 등이 포함된 비급여 지급보험금은 7조8587억원으로 61%를 차지했다. 또한 지난해 실손 보유계약은 3565만건으로 전년 말(3550만건) 대비 15만건(0.4%) 증가했으며, 4세대 실손의 지난해 계약비중은 전년대비 4.3%포인트 증가한 5.8%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