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말한 우에다 BOJ 총재...시장 "이르면 상반기 수정"

2023-04-1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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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 연설서 양적완화 유지 표명

임금인상 이뤄지는 춘투에 주목

시장 전문가 절반 이상, 상반기 중 YCC 수정 가능성 제기

 

우에다 가즈오 신임 BOJ 총재 [사진=AP·연합뉴스]


일본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일본은행(BOJ)을 이끌었던 구로다 하루히코 전 총재가 퇴임하고 우에다 가즈오 신임 총재가 등장하면서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우에다 총재가 대규모 양적완화 기조에 변화를 줄지 여부다. 

우에다 총재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고물가, 미국과 금리 격차 등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시장은 우에다 총재가 이르면 상반기 중에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의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에다 "물가 안정 전력 다하겠다…YCC 계속 하는 것이 적절"
우에다 총재는 취임 후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로다 총재가 시행하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지속할 의지를 보였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10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 부총재 2명과 함께 참석해 "물가 안정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우에다 총재는 "1998년에 일본은행법이 시행된 이후 25년간, 물가 안정의 달성은 오랜 과제였다. 지금까지 BOJ는 다양한 정책을 사용해왔다"며 "이 같은 경험을 살려 물가 안정 달성이라는 책무를 위해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2% 전후 안정적 물가 상승을 중요한 경제적 목표로 삼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장기 디플레이션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붕괴하고 이에 따른 은행 부실화가 기업과 가계의 부도로 연결된 여파다. 수요 부족으로 인한 내수 위축으로 경제는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갔다. 

우에다 총재는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우에다 총재는 "물가 상승률 2% 달성이 쉽지 않다면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고려하면서 지속적인 금융정책을 찾을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2%에 이르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양적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수익률곡선제어(YCC)에 대해서는 "이 정책은 시장 기능을 고려하면서 가장 적절한 국채 금리를 만든다. 계속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YCC는 국채 금리의 상하한 변동폭을 정하고 이를 넘어서면 중앙은행인 BOJ가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방식이다. 일본 국채 가격의 하락을 막을 수 있지만, 채권시장의 왜곡을 유발하고 BOJ의 부담이 커진다. BOJ는 지난해 12월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커지자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10년물 국채금리 변동 폭을 ±0.25%에서 ±0.5%로 확대했다. BOJ의 양적완화 개입 축소에 엔화 수요가 증가했고 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 2% 달성을 위해 우에다 총재가 꼽은 조건은 기업의 설비 투자와 노동자의 임금 상승이다. 우에다 총재는 "정부의 정책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과 같은 인센티브가 부여되고 설비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생산성이 오르면 양적완화의 효과가 강력해진다"고 말했다. 또 "안정적인 2% 물가 상승률 달성을 위해 대기업의 임금 인상이 계속해서 이뤄지는지 보겠다"고 했다. 

시장은 우에다 BOJ 총재의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앞서 우에다 총재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양적 완화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에 오르던 엔화 가치는 급격히 하락했다. 뉴욕 환시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 넘게 떨어져 1달러당 134엔 근처까지 치솟았다. 이는 엔화 가치가 1달 만에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이다. 닛케이지수도 양적완화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의 일본증시 투자 확대 시사 발언이 겹쳐 1% 넘게 상승했다. 
 
한계 마주한 YCC…BOJ, 임금 인상에 주목
시장의 관심사는 우에다 총재가 현재의 양적완화 정책을 언제까지 끌고갈 것인가이다. 시장과 일부 언론에서는 우에다 총재가 '부작용'을 인정했던 부분에 주목한다. 양적완화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 커 머지 않은 시기에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양적완화의 대표적 부작용으로는 엔화 절하로 인한 상품 수지 적자가 거론된다. 지난 2월 일본의 상품수지 적자는 6041억엔(약 6조원)을 기록했다. 앞선 지난 1월 상품수지는 역대 최다인 3조 1818억엔(약 30조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역시 물가와 임금이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의 수입 물가가 크게 늘었다. 반면 임금은 물가 상승만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근로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2월 실질임금은 지난해 동기 대비 2.6% 감소하며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명목 임금은 1.1% 올랐지만 물가가 너무 크게 오른 탓이다. 석유 등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일본 경제의 특성상 엔화 가치 하락은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된다. 

YCC를 무기한 유지해도 문제가 된다. BOJ는 YCC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 국채 발행량 중 50.2%를 매입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채권시장의 기능을 저해하고 BOJ의 부담을 키운다. 

우에다 총재와 기시다 정권은 '춘투'에 희망을 걸고 있다. 춘투는 일본 기업 노사의 봄철 임금협상을 뜻하는 말이다. 임금인상이 적절하게 이뤄지면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줄고 양적완화 강도를 줄일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필두로 기업들에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 단행을 촉구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기업에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는 노조의 임금 인상률이 평균 3.8%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66%포인트 더 오른다고 했다. 이는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더 파격적인 임금 인상을 단행한 곳도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임금인상분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20년이래 최대 폭의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소기업들도 임금인상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일본은 노동자의 약 70%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BS 등 일본 현지 매체는 "중소기업의 60%가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을 진행한다"고 했지만, 중소기업마다 상황이 달라 우려가 식지 않는다. 
 
전문가 "BOJ, 상반기 중 YCC 수정 또는 철폐할 것"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YCC가 상반기 중으로 수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YCC 수정이 우선이고 이후에 금리 조정이 따를 것으로 본다. 

세키 히로유키 미쓰비시 UFJ파이낸셜그룹 시장사업본부장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스템 불안이 철폐되면 올해 상반기 중 YCC 철폐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건이 갖춰지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내년에 해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신문도 "장기금리의 수정이나 철폐가 가장 우선적으로 재검토될 것이다. 이 경우 (장기금리와 연동되는) 모기지 고정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새로 돈을 빌리는 사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금리 상한을 수정하더라도 국채 매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금리수정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제로금리로 갈 수는 있지만 제로금리 철폐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우에다 총재의 취임 전인 지난 3월 6일부터 8일까지 금융조사업체 퀵(QUICK)과 닛케이 벨리타스가 시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5명 중 절반이 4월이나 6월에 BOJ가 YCC를 수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BOJ의 통화정책회의 결과 발표는 오는 28일과 6월 16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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