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총회에서 기준금리, 은행 안정, 국제 유가, 미-중 긴장 고조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에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해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유가·긴축·채무탕감 등 각종 사안 두고 이견 예상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총회 대담에서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고리들이 지난 몇 년간 약해졌고 분열이 심화하면서 지난 30년간 성장과 번영에 필요한 엄청난 동력을 창출했던 통합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역의 파편화로 세계 총생산이 최대 7%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역을 통한 분업이 효과적으로 힘을 받아야 생산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이번 총회에서 논쟁이 될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여파로 미실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달 파산했다. 직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SVB 파산은 급속한 금리 인상의 위험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산지브 산얄 인도 재무부 수석 경제 고문은 지난달 미국과 유로존에 추가 통화 긴축을 보류할 것을 촉구하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선진국의 과도한 재정부양책을 비판했다.
유가도 논쟁 거리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원국은 최근 하루 100만 배럴 이상에 달하는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깜짝 감산을 결정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감산 결정이) 비건설적”이라고 비판했지만, 주요 산유국들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점에 비춰 감산은 자국 재정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발도상국의 채무 문제를 두고는 미국과 중국이 대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IMF는 지난 3월 스리랑카에 30억 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을 승인하는 등의 성과를 냈으나, 잠비아 등 채무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경우 채권단과 구조조정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한 개도국과 최빈국들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줬으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등으로 이들 나라의 외채는 위험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다. 미국과 IMF는 중국에 이들 나라의 부채 탕감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이에 날서게 반응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취약국 채무부담 경감을 위한 G20 채무재조정 합의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보이나 회원국 간 이견이 나올 것이란 게 중론이다. 블룸버그는 “저소득 국가의 약 15%가 부채 문제에 처해 있고, 나머지 45%는 높은 부채에 직면해 있다”며 “맬패스 총재는 ‘잃어버린 10년’을 피하려면 부채 탕감이 필수이며, 이번 주에 그 과정을 위한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달러 패권도 논의될 전망이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동결했다. 일부 국가는 달러 대신 금 보유량을 늘리는 등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다.
우에다 첫 국제무대…미중 긴장 속 IMF·WB 역할 모색
새로운 인물의 등장도 관심사다. 차기 WB총재로 지명된 아제이 방가 전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가 총재 지명자 신분으로 이번 총회에 참석한다. 또한 ‘일본의 벤 버냉키’로 통하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다. 러시아 고위급 대표들이 이번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 싱크탱크 애틀랙틱카운슬의 조쉬 립스키 소장은 "근본적인 질문은 세계의 두 거대 경제 대국이 협력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IMF와 WB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한편, IMF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한 부진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코로나19 이전인 초저금리 수준(ultra-low levels) 되돌아갈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잠재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인 이른바 중립 금리가 앞으로 수십 년간 1% 아래로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신흥국도 인구 고령화로 인해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낮은 수준으로 금리가 수렴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의 분석은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의 중립 금리 예상치인 1.5~2.0% 수준을 웃돌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견을 보일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