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월에 이어 4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시장에선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 나아가 연내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한은은 통화긴축 기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피벗 관측을 경계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금통위원 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3.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이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한은은 올 초까지 7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1년 넘게 긴축 행진을 이어왔으나 2연속 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해석에 힘을 싣게 했다.
한은은 그러면서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매파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원 중 5명은 최종금리를 3.75%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나머지 한 분만 3.5% 동결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대다수 금통위원들이 추가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은 근거로 유가 급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는 "물가는 예상대로 둔화흐름을 보이겠지만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 물가 등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여부, 공공요금 폭등도 물가 경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확산 중인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과도하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총재의 발언에도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기존 해석을 거두지 않고 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추가 인상을 통해 불필요한 리스크를 키우기보다는 현 정책을 유지하며 긴축 파급효과를 점검할 것"이라며 "4분기부터는 피벗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금통위가 연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들며 "해외 은행 위기로 인한 대출 축소로 이미 미국 정책금리 3차례 인상의 효과를 가졌고, 앞으로 더 긴축적인 환경으로 자연 이행할 것"이라며 "미국 은행 안정을 위해 풀려야 할 유동성이 있어 긴축 중단 및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