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매파' 조윤제 "기준금리 인하 서두를 필요 없다"

2024-04-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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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매파적 소신' 밝히며 통화정책 진단

"금리인하 전제는 '물가 목표 수준 안정'" 강조

"환율, 경제 펀더멘탈 고려하면 우려 수준 아냐"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차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차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오는 20일 4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은행을 떠나는 조윤제 금융통화위원이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마지막까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소신을 밝혔다.

현행 금통위원 가운데 연장자이자 대표적 매파 위원으로 중량급 인사인 조 위원은 그동안 이창용 한은 총재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행보에 균형을 맞추는 좌장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평가된다. 금통위원 당시 파급력을 고려해 말을 아껴온 조 위원이었기에 고별사 한마디, 한마디 무게감은 남다르다. 

조 위원은 이날 오전 한은 별관에서 열린 고별 차담회에서 "성장률 등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많은 데다가 금융시장이 지난 수개월간 완화적 흐름을 이미 이어오고 있다"며 "(금리 인하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물가가 목표 수준대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라는 것이고 이건 모든 금통위원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하반기에 평균 소비자물가가 2.3% 정도 된다면 연말에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라면서 "지금보다 실질 금리는 더 올라가게 되고 더 긴축적 효과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통화정책이라는 게 선제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에 금리 인하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협의체로서 금통위 역할을 중시해 좀처럼 개인 의견을 내지 않는 그였지만 임기를 4일 남겨 놓은 만큼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그동안 강성 매파란 평가가 한은 내외부에서 자자했던 조 위원은 취임 후 한번도 소수 의견을 내놓지 않다가 지난해 2월 한은이 1년 만의 금리 동결 결정할 당시 처음으로 '기준금리 3.75% 인상' 단독 소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차담회도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한 처음이자 마지막 기자회견이었다.

조 위원은 코로나 팬데믹 한복판이었던 2020년 4월 20일 금통위원으로 임명됐다.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끌어내렸다가 이후 두 번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9번의 금리 인상에 참여하며 금리 수준을 3.50%까지 높여 놨다. 한은 역사상 초유의 일들이다. 
"환율 크게 우려할 수준 아니다"··포워드 가이던스 확장은 부정적
조 위원은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터치하며 급등세를 보이는 데 대해 강달러 영향을 주목했다. 조 위원은 "지난 한주를 보면 원화가 달러 강세보다 많이 절하된 것 같다"면서 "우리는 오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굉장히 높으므로 중동 정세에 대한 불안과 관련이 있고 엔화와 같은 주변국들이 약세를 보이니까 비슷하게 움직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조 위원은 "경상수지 흑자도 좋아지고 있고 외환보유고나 전반적인 우리 경제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이 그렇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취임 후 새로 도입한 '한국형 점도표'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선 "3개월 동안 적어도 시장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긍정적 효과는 있다고 보지만 아직 평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특히 포워드 워드 가이던스 시계 확장에 관한 질문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연준은 세계 중앙은행의 역할을 해나가며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통화정책을 해나갈 수 있지만 한은이 주도적으로 긴 시기를 두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는 것은 여러 한계점이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 긴 시계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봐서는 중앙은행의 신뢰성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짚었다.

조 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1기의 경제정책과 바이든 경제정책에 큰 차이는 없었다"면서 "트럼프 2기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보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접해본 바로는 굉장히 명석한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얼마든지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952년생 조 위원은 경기고·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젊은 시절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으며 한국조세연구원 부원장과 재정경제원 장관 자문관을 거쳐 서강대 국제대학원에서 교편을 잡았다. 

중도 성향 중진 경제학자로 분류된 조 위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주영대사를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선 문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렸으며 초대 주미대사를 맡았다. 한때 한은 총재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조 위원은 퇴임 후 구상에 대해 "앞으로의 계획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평생 직업을 학자로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도 책 읽고 공부하고 또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쓰고 그렇게 지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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