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전기요금 인상 외면한 후폭풍

2023-01-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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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관계자가 전자식전력량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억눌러왔던 전기요금이 결국 폭발했다. 

한국전력은 올 1분기에 적용하는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했다. 평균 월 사용량 307㎾h인 4인가구 기준의 전기요금은 매월 4022원이 더 늘어난다. 분기별 인상액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올 1분기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은 ㎾h당 51.6원이다. 연간 인상 적정액 중 4분의1 정도가 올 1분기에 적용된 것으로, 한전의 적자 상황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를 이번 전기요금 인상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 에너지 위기가 지속되면서 세계 각국의 에너지 요금이 급격히 상승했으며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도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증가했다는 이유다.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 역시 급등한 에너지 가격 탓이다. 역대 최고 수출액에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증가하며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조정이 물가 상승 요인을 0.15%포인트(p)로 추산했다. 여기에 내년 2분기에는 올 1분기 동결됐던 가스요금 인상까지 예정돼 있어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국 지난 정부에서 물가 안정을 이유로 인상을 억누른 공공요금의 부메랑은 역대 최고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 정부에서 저원가 발전원인 원전이 축소되고, LNG 등 원가가 높고 연료비 변동 리스크에 취약한 발전원 비중이 증가된 상황에서 국제 연료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서너배 폭등한 것이 한전의 적자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난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는 2026년까지 한전·가스공사의 부채와 미수금 해소를 목표로 요금을 단계적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부디 그간의 겨울과 여름은 덜 춥고 덜 덥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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