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경기 후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내수시장까지 위축되며 올 한 해 정부는 물가와 경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경기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어 정부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한국은행은 1.7%로 제시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에너지 수급 불안 등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위축되는 만큼 한국 경제도 그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 경제를 떠받든 내수 전망도 올해는 어둡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올해는 민간소비와 투자 등 내수시장이 빠르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 상황에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고,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 구매 여력이 감소하면서 내수가 쪼그라든다.
저금리 시기에 장기간 누적된 가계부채 역시 금리인상기에 금융비용을 증가시켜 민간 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2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4.7%를 기록하지만 2023년에는 이보다 낮은 3.1%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고물가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 수준까지 낮추려면 경기 후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1%에서 올해는 소폭이나마 안정된 3.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저도 하반기로 갈수록 고금리에 따른 수요 둔화, 공급 압력 완화 등에 힘입어 물가 상승세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물가 안정세 자체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가 경로에는 여전히 하방 위험보다 상방 위험이 더 높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가 올해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가공식품과 외식 등 다른 품목으로 물가 확산세가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물가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최소한도로 인상해 서민 물가 부담을 완화해 왔는데 에너지공기업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인 만큼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악화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무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하철과 버스, 쓰레기봉투 등 지방 공공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단기적으로는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상방압력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하방압력이 상당 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23년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물가 상승률이 한은 목표치를 상회하는 고물가와 성장률이 추세 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 부진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일단 올해 경기부양보단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정책을 물가 안정에 최우선으로 두겠다"며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도 오름세가 중단되고 이자도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금리로 인한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 경기둔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정책 목표는 점진적으로 '경기침체 방어'에 초점을 맞춰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