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20일 원전을 새로 포함한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소형모듈원자로를 비롯해 방사성폐기물을 최소화하면서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차세대 원전, 사고저항성핵연료(ATF), 방사성폐기물 관리, 연구용 원자로, 우주·해양용 초소형 원전, 핵융합 내진성능 향상 등 원전 안전성·설비신뢰도 향상 등을 위한 핵심 기술 연구·개발·실증과 관련된 제반 활동을 '녹색부문'에 포함했다.
아울러 전력이나 열을 생산·공급하고자 원자력을 이용하는 설비를 구축·운영하는 활동(원전 신규 건설)과 설계수명이 만료돼 원전 계속운전을 목적으로 설비를 개조하는 활동(원전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으로 분류했다.
원전 신규 건설과 계속운전은 '2045년까지 건설·계속운전을 허가받은 설비'에 대해서만 K-택소노미에 들어가는 활동으로 인정한다.
녹색분류체계는 국가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실현에 도움을 주는 녹색산업(친환경 활동)이 무엇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친환경 관련 공공·민간 투자를 결정짓는 기준도 된다. 따라서 산업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와 맞물려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는 분야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관련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은행들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된 경제 활동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K-택소노미를 발표하면서 원전을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환경부는 "유럽연합(EU) 등 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지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불과 9개월 만에 기조가 바뀐 건 정부의 원전 정책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탈원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친원전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도 원전을 꼽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이고 이념에 기반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원전산업을 다시 살려냈다"며 "원전산업을 국가 핵심 국가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까다로운 조건 아래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한 EU 결정도 영향을 미쳤다. EU는 2년여 동안 논의를 거쳐 지난 7월 녹색투자 항목에 원전을 넣기로 최종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이날 "원전은 투자를 집중해야 할 지속 가능한 녹색기술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한 것은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원자력 산업계 먹거리 확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이번 개정안은 초안이며 최종안은 산업계와 시민단체, 전문가 등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 만든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6일에는 서울에서 대국민 공청회도 열 예정이다.
다만 원전을 친환경 활동으로 분류한 방침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청회 등을 거쳐 미세한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원전을 포함한 건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안을 만들기 전 10여 차례 간담회를 거쳐 관련된 사회적 합의도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