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올랐던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 ‘믿음에 대하여’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우리 사회의 서늘한 초상을 담고 있지만 당당하게 그에 맞선다. 사랑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박상영 작가의 믿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믿음에 대하여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우리가 살고 있는 믿음, 타인에 대한 믿음을 포괄해서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의미예요.
Q. 믿는 구석을 어디서 찾나요?
A. 저는 제 느낌을 신뢰하는 편이에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과 대화를 나눴을 때의 느낌 같은 것들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을 두고 내가 믿을만한 사람인지를 많이 봐요. 머릿속에 각인된 빅데이터로 판별을 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믿을만한 사람한테는 곁을 내어주지만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아요. 두루두루 잘 지내지만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은 것 같아요.
Q.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 받고 상처 받은 마음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치유를 하는데요. 작가님의 마음을 치유하는 존재는 뭔가요?
A. 유튜브를 많이 보면서 치유 받아요(웃음). 관계나 일에서는 활력은 얻지만 치유를 받지는 못해요.
Q. 믿음이라는 건 관계에서 시작되잖아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시 하는 게 있나요?
A. 그게 신뢰인 것 같아요. 믿을만한 사람인지 제일 먼저 생각하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요.
Q. 실패를 통해 발견한 이해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모든 관계들이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좋아하고 내 곁에 평생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에는 예기치 않게 그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관계에서 실패하는 일들이 생기잖아요. 같이 뭔가를 할 때 잘 안될 때도 있고요. 근데 그 과정에서 비로소 진짜 관계가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일을 하고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짜 관계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실패를 함께한 사이가 아닐까 생각해요.
Q. 작가님께서는 실패를 함께한 사람이 누가있나요?
A. 엄청 많죠. 친구들도 있고 글을 함께 써왔던 동료작가, 가족들도 있고요.
Q. 박상영 작가에게 동료의 의미는 뭔가요?
A. 비슷한 취향 공동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비슷한 일을 하고 있고 같이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직장에서의 동료와는 다르죠. 친구의 의미와 비슷한 것 같아요. 공감대도 많고 때로는 경쟁을 하기도 하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는 존재인 것 같아요.
Q. 출근을 한다는 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출근하는 게 너무 싫어서 회사를 그만뒀거든요. 출퇴근이 너무 괴로웠어요. 저한테 출근은 고통의 동의어예요. 출퇴근 시간에는 밖에 잘 안나가려고 하고 차막히는 거 답답해 하고 사람 많은 걸 안 좋아해서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됐어요.
Q. 작가님은 어디에 있을 때 창작이 잘 되나요?
A. 카페요.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소리도 들리는 게 집중이 잘 돼요.
Q. 글을 쓰게 하는 창작의 원동력을 주는 존재들이 뭔가요?
A. 일상에서 발견하는 어려움들도 소재가 되고 원래부터 표현 욕구가 많아서 이야기 하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너무 진지한 얘기라서 옆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기 힘들 때 소설이라는 매체에 더욱 기대는 것 같아요.
Q. 박상영 작가의 소설의 색은 무슨 색인가요?
A. 모든 색이에요. 다채롭다고 생각해요. 어떤 걸 씌워도 좋다고 생각해요.
Q. 작가님의 글감은 어디서 비롯되나요?
A. 삶의 전반에서 소재를 얻는 것 같아요. 영감을 얻기 위해서 하는 건 없고 일상 속에서 떠오르고 메모를 많이 해요.
Q. 지금의 박상영 작가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영향을 주는 경험들이 있나요?
A. 직장생활의 기억들이나 학창시절 친구들과 나눴던 대회들이 소설 <믿음에 대하여>에 녹아져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