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도 극장가 손익분기점 훌쩍…'영리한 배급전략' 통했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기까지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한 한국 영화들. [사진=NEW·CJ ENM·쇼박스·롯데 ]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6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5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6.3%(1111억원) 늘었다. 관객 수도 213.9%(1054만명) 증가한 1547만명을 기록하며 극장가 손익분기점인 1000만명을 가뿐히 넘겼다. 팬데믹(범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며 극장가는 조금씩 일상을 되찾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국내 배급사 성과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된 2020년 2월부터 엔데믹 전환 후인 2022년 상반기 6월까지 각 배급사 손익분기점(BEP) 달성 작품(극장 상영 기준·IPTV VOD 수익 제외)으로 성적표를 매겼다.

국내 배급사 중 가장 많은 손익분기점 돌파작을 가진 NEW[. 사진=NEW 영화사업부문 CI]

NEW는 영화 3편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국내 배급사 중 가장 많은 손익분기점 돌파 작품을 가진 셈이다. 2020년 2월 개봉한 '정직한 후보'는 최종 스코어 152만5639명으로 손익분기점(150만명)을 넘었고 7월 개봉한 '반도'는 최종 누적 관객 381만1892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인 250만명을 넘었다. 애초 '반도'는 손익분기점이 600만명으로 예상되었으나 해외 선판매 수익 등 영향으로 250만명까지 낮춰졌다. 올해 6월 개봉한 '마녀'는 전작보다 빠른 흥행 속도로 개봉 11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200만명을 넘었다. NEW는 영리한 배급 전략을 내세웠고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한국 영화를 개봉하지 못하는 팬데믹 기간 동안은 애니메이션 라인업을 구축해 틈새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NEW 그룹커뮤니케이션본부 임성록 대리는 "팬데믹이 시작되는 시점에 건강한 웃음을 선사한 '정직한 후보', 팬데믹이 극에 달한 시점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블록버스터 '반도', 그리고 엔데믹을 맞아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마녀2'까지 시장을 고려한 유통 전략이 통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역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준비해 콘텐츠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고 질적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영화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CJ ENM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담보' 2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사진=CJ ENM CI]

CJ ENM은 2020년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9월 개봉작 '담보'가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436만명을, '담보'는 172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CJ ENM은 '대중성'을 앞세워 관객들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담보' 외에도 '보이스' '발신 제한' '브로커' 등이 IPTV VOD로 좋은 성적을 냈다.

CJ ENM 측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담보' '발신제한' '보이스' '브로커' '헤어질 결심' 등 다수 작품을 관객들에게 꾸준히 선보였으며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각각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한국 영화의 자부심을 지켰다. 극장 역시 팝콘 취식 가능, 좌석 띄어 앉기 등이 해제되고 팬데믹 이전의 문화공간으로 돌아감에 따라 관객들이 더 많이 영화관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며 여름 시장의 포문을 열 '외계+인' 1부를 시작으로 경쟁 상황을 지켜보며 다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쇼박스 영화 '싱크홀' '랑종'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사진=쇼박스 CI]

쇼박스는 팬데믹 기간에 많은 작품은 내놓지 않았지만 굵직한 작품으로 톡톡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8월 개봉한 '싱크홀'은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총 제작비 145억원이 투입된 '싱크홀' 손익분기점은 약 300만명이지만 한국상영관협회와 한국IPTV방송협회, 홈초이스가 텐트폴(성수기용 대작) 영화에 제작비 50%를 보전해주는 조건으로 개봉해 손익분기점을 대폭 낮추었다. 나홍진 감독이 기획·제작하고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랑종' 역시 손익분기점인 40만명을 넘었다.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지만 한국이 투자와 제작을 맡아 '한국 영화'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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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관계자는 "코로나19가 2년여 동안 이어지며 영화 투자와 극장 배급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중에도 2021년 개봉한 '싱크홀' '랑종'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팬데믹 이후 쇼박스의 가장 큰 변화는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로 변모하는 데 속도가 붙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속에서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부가 판권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이태원 클라쓰'를 시작으로 시리즈 기획 역량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쇼박스는 올해 하반기 '비상선언'을 시작으로 '압구정 리포트' '시민덕희' 등을 극장에서 선보인다. '살인자ㅇ난감' '마녀' '우먼' 등 시리즈 세 편도 제작 중이다. 회복세에 들어선 극장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쇼박스의 콘텐츠를 소개해드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가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I]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여름 영화 '모가디슈'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제작비 255억원을 들인 텐트폴 영화로 애초 손익분기점은 600만명이었지만 '싱크홀'과 마찬가지로 제작비 50%를 보전받아 손익분기점을 300만명으로 낮췄다. 총 누적 관객 수는 361만3984명이다. 특히 롯데엔터테인먼트는 VOD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살아있다'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은 VOD 오픈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펜데믹 시기에도 배급을 멈추지 않고 콘텐츠를 통한 상생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했다. 펜데믹이 시작된 이후로도 '#살아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다양한 규모와 장르 영화로 관객과 소통을 이어갔고 특히 2021년 '모가디슈' 개봉으로 한국 영화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한산: 용의 출현'을 통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즐거움과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의 가치를 스크린으로 선사하길 기대한다"고 거들었다.

메가박스플러스엠은 팬데믹 기간에 '오케이 마담' '디바' '자산어보' '킹메이커' 등 굵직한 작품을 내놓았다.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범죄도시2'가 유일하다. 지난 6월 개봉해 무서운 흥행 속도를 자랑하며 무려 1200만 관객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