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괴담 수준의 허위 선동까지 난무하고 있다. 그와 함께 고소·고발도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지사 후보자간 고발 외에도 경북 영주시장과 달성군수, 경기 김포시장, 충북 영동군수, 경기교육감, 전북교육감 선거 등에서도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 비추어 보면 투표일까지 그 수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고소∙고발을 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나무랄 수는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들의 자질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후보자 간에 서로의 면면을 살펴 문제가 있는 것을 지적하고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필요하다.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면 그 형사적 책임을 묻기 위해 고소∙고발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치인들이 선거국면에서 이렇게 허위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선거가 끝난 뒤에 서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정치적 타협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언론사 조사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의원 등을 상대로 80건 가까이 고소·고발을 했으나 그중 상당수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 등을 상대로 60건에 가까운 고소·고발을 하였으나 선거 이후 취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뿐만 아니라 과거 치러졌던 선거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선거 뒤에는 취하할 것이라면 애초에 고소·고발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일 수 있다. 결국엔 유권자들만 허위 내용의 고소·고발에 눈이 가려져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되고 만다. 그 과정에서 애꿎은 수사기관의 행정력도 낭비 되고 만다.
정치인들이 이렇게 고소·고발을 남발하고도 서로 정치적 타협에 의한 취하로 마무리를 하는 것은 허위 고소·고발에 대한 충분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이미 선거가 끝난 후이므로 정치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그럼 사법적 책임이라도 물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등의 비방을 금지하고, 허위사실공표죄, 후보자비방죄를 처벌하고 있으나 허위 고소∙고발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고소·고발 남발의 진흙탕 싸움을 그대로 두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정치혐오만 키운다.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 선거 과정에서 진정 고소·고발을 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그 책임을 끝까지 묻는 것이 필요하고, 정치적 목적에 의한 허위 고소·고발이라면 그에 대해서 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치인들 스스로 자제한다면, 수사기관이 무고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한다면, 언론이 그 결과를 추적하여 보도함으로써 사후적으로라도 충분히 정치적 책임을 묻게 한다면 해결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제도 변화 없이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허위의 고소·고발은 형법상 무고죄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고소·고발이 남발 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취하하는 행태가 반복되어 왔다. 형법상의 무고죄로는 이를 막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정치적 목적에 의한 허위 고소∙고발을 못하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 과정에서의 고소·고발에 대해서는 취하여부와 관계 없이 다른 선거사범과 함께 그 내용의 허위 여부를 신속히 수사하여 무고임이 판명된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처벌의 수준도 형법상 무고죄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검은 지난 23일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사범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일선 청에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속히 처리한다는 선거사범에 선거 과정에서의 허위 고소·고발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의 무고 혐의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더 이상 허위 고소·고발로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