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김모씨(33)는 세입자와 다시 한번 전세계약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2년간 거주하고 양도세 비과세를 받기 위해 올해 하반기 계약이 끝나는 세입자에게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세입자가 전세금을 5% 이상 올려줄 테니 2년간 더 거주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는 전셋값을 주변 시세에 맞춰서 합의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1월 1일~5월 11일)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거래는 1만3170건이었으며 이 중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계약은 3481건(26.4%)으로 나타났다. 세입자 4명 중 1명이 자의 혹은 타의로 개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다.
임대차계약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해 재계약을 하면 전세금을 직전 보증금 대비 5% 이하로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재계약이라도 계약갱신요구권을 쓰지 않고 합의를 진행하면 집주인과 기존 세입자가 협의해 상한선인 5% 이상 가능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주변 임대료가 크게 올라 이중가격이 흔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는 등 이유로 나가 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5% 이상 전셋값을 높여 계약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주변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갈 곳이 없어진 세입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5%보다 높은 금액으로 집주인과 합의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전셋값은 급등했다. KB리브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지난 3월 0.02% 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2019년 7월부터 꾸준히 모든 달 올랐다. 3월 하락 전환하고 한 달 뒤인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다시 한번 상승 전환(0.06%)했다.
특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이후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 1년간(2019년 7월~2020년 6월) 전세가격은 2.38%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시행 후 1년 동안(2020년 7월~2021년 6월) 16.56% 올랐다. 또 2021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도 4.53% 올랐다.
게다가 오는 8월 갱신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권일 팀장은 "집주인 처지에서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4년 동안 못 올릴 가능성이 있어 전체적인 전셋값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부분은 임대차보호법의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것은 세입자의 권리"라며 "세입자가 이를 쓰지 않고 (높은 가격에 계약하더라도 정부 측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만약 나중에라도 이번 계약에서 못 쓴 계약갱신요구권을 쓰고 싶다면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