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기준환율 달러당 6.7위안 돌파...가치 1년6개월 만에 최저
1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거래)센터는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156위안 올린 6.7290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0.23% 하락한 것이자 2020년 10월 16일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환율을 올렸다는 건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위안화 고시환율은 4거래일 연속 상승(가치 하락)했다.
다만 당국이 경기 부양책을 통해 위안화 약세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날 오후 들어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오후 12시52분(현지시간) 기준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0.04% 하락한 6.7393위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장중 한때 6.72위안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위안화는 지난달 초만 해도 미국 달러화 다음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과 중국 간 10년물 금리가 역전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4월 한 달에만 위안화는 달러 대비 약 4.2%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005년 달러화 페그제를 종료한 이후 월간 최대 낙폭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직은 환율 시자의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4월 말 중국 외환보유액이 지난 2016년 말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지만, 2015~2016년 금융 위기 당시 매달 1000억 달러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4월 말 중국 외환보유액은 전월 대비 680억 달러 줄어든 3조12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중국 외환당국은 "중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상황이어서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안화 약세에 두달 연속 자본 '이탈'
하지만 문제는 자본 유출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재확산과 사상 초유의 경제 봉쇄로 글로벌 자금이 중국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4월 한달 간 중국 채권시장에서 21억 달러가 순유출됐다고 발표했다. 두달 연속 해외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조나단 포춘 IIF 이코노미스트는 10일 성명을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 위안화 절하, 서방과 복잡한 관계들에 투자하는 데 따른 위험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 재고 등이 최근 중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출을 촉진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자금 유출에도 중국 당국이 당분간 위안화 약세가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중국으로 유입 자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큰폭으로 평가 절하하진 않을 것이라고 중국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위먀오제 베이징대학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위안화 가치가 장기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며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단기간 변동성을 보이고 이후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하반기에 위안화 환율이 6.5위안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왕타오 투자은행 UBS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최근 1년간 위안화 가치가 큰폭으로 절상돼 고평가된 상황에서 최근 환율이 상승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되고 있다"면서 "이는 통화 정책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수출, 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