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키 쥔 이창용 한은 총재…'고물가·저성장' 금리 묘수 찾을까

2022-04-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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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공식 취임했다. 향후 4년간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이끌게 된 이 총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됐다. 국내 경제가 ‘고물가’와 ‘저성장’이라는 상충되는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기준금리 조정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이창용 신임 총재는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이 신임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금융·통화정책 최일선에 서게 돼 벅찬 감회가 있지만 주어진 책무와 기대 등으로 어깨가 무겁다"면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통위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최적의 정책을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 신임 총재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한은의 최우선 과제로는 '물가안정'이 꼽힌다. 지난달 기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여년 만에 4%대로 올랐다. 이 총재는 이 같은 물가 상승세가 향후 1~2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물가안정 차원에서 과감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절한 균형점 찾기가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연착륙도 배제할 수 없는 이슈다. 이창용 신임 총재는 “(가계부채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부채가 많이 증가된 상황이기 때문에 시그널(신호)을 줘서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의 이 같은 긴축정책이 차주들의 이자부담 가중과 부실 리스크 확대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 역시 운용의 묘가 절실하다.

이밖에도 급변하는 상황 속 한은이 제시한 물가 전망치와 실제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국내 경제정책의 기반이 되는 물가 등 여러 수치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소 침체된 조직활력을 되찾기 위한 한은 내부개혁 역시 이 총재의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은은 지난 2020년 중장기발전전략(BOK 2030)을 통해 컨설팅회사에 자문한 결과 조직건강도가 낙제점 수준(100점 만점에 38점)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장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들이 본격적인 긴축정책에 돌입한 가운데 올해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앞으로 몇 년간은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할 것”이라면서 "인기가 없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며 '인플레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 총재는 특히 필요할 경우 0.25%포인트가 넘는 기준금리 인상, 이른바 '빅 스텝'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아직 빅스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빨리 올라갈지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균형적 관점에서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향후 정책 추이는 시장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사에서도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가 통화정책 운용을 더욱 제약하는 만큼 정교하게 균형을 잡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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