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는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1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을 의결했다. 자기주식 매입은 자사주 소각을 위한 전 단계 조치다.
신한금융지주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외국계 투자자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0년 신한지주는 유상증자를 통해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로부터 1조1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 등 미국 금융사들의 사례를 보면, 자사주 소각이 하나의 트렌드다. 배당주가 많은 대표적인 업종인 금융주는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기주식 소각을 종종 단행한다. 전체 파이를 줄여 한 주에 돌아가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럴 경우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이번 신한금융지주의 결정에 KB금융지주의 자사주 소각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주주 구성이 유사하다. K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지만 JP모건, 블랙록 등이 5% 이상 보유하고 있어 신한 금융처럼 미국계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8일 KB금융은 1500억원 규모의 보통주 345만5426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지난 2020년에 이어 이번에도 신한금융지주의 자사주 소각 결정은 묘하게 KB금융의 소각 시점과 맞물린다. 지난 2019년 12월 KB금융이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이후 이듬해 3월 신한지주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바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주가 측면에서도 종종 비교가 된다. 22일 기준 KB금융의 시가총액은 24조원으로 20조원 수준인 신한지주보다 4조원가량 많다. 2년 전 상황과 역전된 것이다. 2019년 말 신한지주의 시총은 약 21조원으로 약 20조원의 KB금융보다 소폭 앞섰다.
다만, 이 같은 주주친화적 정책은 금융당국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2030들의 '영끌' 부동산 구매, 저금리 기조 당시 무리한 대출 등에 힘입은 은행들의 호실적 파티 결과물이 외국계 투자자들의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은행들의 자본건전성을 요구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미국계 자본이 들어온 금융사들은 주주 친화적 정책과 금융당국의 건전성 확보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