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승리했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패배했다. 그가 내세웠던 주요 선거 전략이 모두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다.
이 대표가 내세운 '세대포위론'은 20대 여성이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호남 지역에서 30% 이상 득표율을 보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윤 당선인의 득표율은 10% 언저리에 그쳤다.
◆실패로 끝난 '세대포위론'…남은 것은 갈라진 20대
이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20·30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부모 세대인 50·60세대의 지지를 확보하자는 세대포위론을 줄곧 주장해 왔다.
당초 이 대표는 '이대남'(20대 남성)의 우세한 국민의힘 지지율을 기반으로 반(反)페미니즘을 내세워 세대포위론에 힘을 실었다. 윤 후보는 이에 힘입어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등 이대남 맞춤형 공약을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젠더 갈라치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9일 발표된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 예상 득표율은 이 후보 47.8%, 윤 당선인 45.5%로 이 후보가 우세했다. 30대 예상 득표율도 이 후보 46.3%, 윤 당선인 48.1%로 2%포인트 안팎의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심상정 정의당 표를 합산하면 사실상 진보 진영이 승리를 거둔 셈이다.
부모 세대인 50대에서도 세대포위론 실패 현상은 두드러졌다. 출구조사에서 50대 예상 득표율은 이 후보 52.0%, 윤 당선인 43.0%로 나타났다. 50대 남성(이 후보 55.0%·윤 당선인 41.0%)과 여성(이 후보 50.0%·윤 당선인 45.0%) 모두 윤 당선인보다 이 후보를 더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부터 50대까지 여성들은 모두 국민의힘을 비토했다. 특히 '이대녀(20대 여성)'의 반발이 컸다. 20대 여성의 예상 득표율은 이 후보 58.0%, 윤 후보 33.8%로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30대 여성의 경우 이 후보 49.7%, 윤 후보 43.8%로 이 후보가 6%포인트가량 앞섰다.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은 20대를 갈라놓는 결과만 가져왔다.
◆'광주 복합쇼핑몰'까지 띄웠지만…호남 30% 달성 실패
이 대표는 앞서 호남 지역 득표율을 최대 30%까지 자신했다. 20%에서 25%, 25%에서 30%로 이 대표는 총 세 차례에 걸쳐 목표 득표율을 수정하며 호남 지역 지지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오늘부로 호남 지지율 목표치를 25%에서 다시 30%로 상향 조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부터 호남 정책 문제를 더 심층적으로 다루기 위해 우리 팀 특공조를 모두 투입할 것"이라며 "59초 쇼츠 담당 보좌역(박민영·오철환·김동욱)과 광주 출신 곽승용 보좌역을 투입하겠다. 광주 복합쇼핑몰 외에 호남 발전을 위한 이슈들을 발굴해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만 해도 호남 지역을 총 네 차례 방문했다. 보수 정당 대표로는 최다 방문이다. 광주 무등산, 다도해(진도·완도·장흥·고흥), 열정열차(보성·목포·전주·군산 등), 흑산도 등 한 달의 6일을 호남 지역 방문에 할애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득표율은 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에 그쳤다. 보수 정당 역사상 높은 지지율을 보인 건 사실이지만, 당초 전략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윤 당선인에게 호남에서 역대 보수 중 가장 많은 표를 주셨다. 목표했던 수치에 미달한 것을 아쉬워하기 전에 더 큰 노력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압승' 대신 0.73%포인트 차 아슬아슬 '신승'
이 대표의 전략이 실패하면서 윤 당선인은 결과적으로 아슬아슬한 신승을 거머쥐었다. 높은 정권 교체 열망에도 윤 당선인이 신승한 이유는 이 대표의 전략 실책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에 공감한다는 의견은 53.2%에 달했다. 매일경제신문·MBN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일 조사해 3일 공표한 결과에 따르면 정권 교체에 공감한다는 의견은 53.2%에 달했다. 정권 재창출은 35.5%였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같은 날 발표한 3월1주차(2월28일~3월2일) 주간집계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52.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50%대를 웃돌았던 정권교체론에도 윤 당선인은 0.73%포인트차라는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다. 이 대표의 '비단주머니'를 필두로 선거전략을 짜왔던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대표 책임론이 불거졌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젠더 문제에 접근할 때 젊은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젊은 여성들이 가졌을 소외감이나 배타적인 감정에 대해서 앞으로 굉장히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다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1일 허드슨강에 비상착륙으로 승객을 구한 비행기 조종사를 언급하며 "'왜 라과디아로 바로 회항해서 착륙 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시도했으면 됐을 겁니다' '시큘레이터로 테스트했습니다'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비상 착륙으로 승객을 구한 조종사에 자신을 빗대 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나오는 '이준석 책임론'에 반박한 것이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는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언급하며 "꼭 비행 안 해본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 어느 조종사가 하중 줄이려고 비행 중에 여성 승객들을 기체 밖으로 내쫓나"라며 "상승하려면 요크 당기고 스로를 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여가부 폐지 등을 주장하는 이 대표의 선거 전략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탄핵 이후 야당이 햇던 것은 갈라치기와 증오 혐오 선동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