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한 김병찬(35)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유가족 측이 이 같이 말하며 경찰을 비판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한 뒤에 피의자로 따로 입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찰은 절차상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가족 A씨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게 경찰의 의무고 그들이 할 일인데, (경찰은) 그냥 매뉴얼에 따라 했는데 피해자가 죽었다, 나는 할 거 다 했다고 말한다”고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말이 경찰이 할 수 있는 말인지, 이런 경찰이 왜 필요한 건지, 그러면서 본인들은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의 마인드를 듣고 우리 국민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김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상해, 주거침입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전날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씨 사건을 강력범죄 전담 부서인 형사3부(부장 서정식)에 배당했다.
교묘해진 스토킹, 스토킹처벌법 보완이 필요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오히려 법 개정 이후 더욱 교묘해진 스토킹도 빈번해지고 있다. 스토킹의 특성을 고려한 대응과 피해자 보호체계 마련 등 스토킹처벌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더 큰 문제는 스토킹처벌법 개정 이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토킹을 멈추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병찬도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계획적으로 보복살인을 준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유족은 “지난 7일 신고 당시 김씨가 피해자 차에서 자고 있었는데도 경찰은 ‘피의자가 임의동행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경찰관들에게 권한이 없어서 여성을 위협하고 불안에 떨게 한 사람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태”라며 경찰의 대응체계를 비판했다.
"죽고 싶지 않다" 110만 유튜버의 호소
유명 BJ(개인방송 진행자)이자 구독자 11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릴카는 지난달 29일 3년간 스토킹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며 증거 영상을 공개했다. 2019년 여름부터 릴카를 뒤쫓아온 스토커는 집 앞에서 4시간 이상 대기하며 선물을 두고 가거나 그가 타고 있는 택시를 오토바이로 뒤쫓는 등 지속적으로 공포감을 줬다.
릴카는 “3년 동안 따라다니는 스토커가 있다”면서 “과하게 행동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다가 8월에 대응을 시작했고 10월 21일에 스토커 법이 생겼다. 법이 생겨 이제 안 오겠거니 했는데 (찾아)오는 방법도 악화되고 역겨운 방법으로 발전됐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집에 가는 걸 쫓아와 주소를 알아냈다. (집 앞에서) 기다리더라. 아이디를 찾아내서 블락하니 그다음엔 찾아와 무릎을 꿇더라”고 설명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아직까지 수사기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지목된다. 법에 규정된 행위가 5가지에 불과해 처벌이 불가능한 사각지대를 노리는 스토커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스토커에게 내려진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했을 경우 받는 처벌은 과태료 부과에 불과하다.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처벌법이 분명히 있음에도 동종 범죄가 반복되는 것은 법률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봐 잠정조치가 내려진 사안에 대해서도 경찰이 증거요청을 하는 것은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장기간 반복되는 스토킹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적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