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거품 공포' 커진다…"지금까지 본 적 없는 시장"

2021-11-15 18:11
  • 글자크기 설정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견고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금융시장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증시는 지난 9월 잠깐 조정을 받았지만, 10월에 접어들면서 상승세가 계속 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 10월 4일(이하 현지시간) 이후 거의 9%가 상승했다. S&P500 지수는 10일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전까지만 해도 1964년 이후 가장 긴 사상최고치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식시장 흐름을 반영하는 MSCI 전세계지수 역시 지난해 3월 붕괴 이후 2배 가까이 올랐다. 

◆뉴욕증시 전반의 상승···수익 비해 주가상승 가팔라 

뉴욕증시에서 오름세는 일부 종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이뤄졌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고루 퍼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시장 전반의 상승세를 알아볼 수 있는 인베스코 S&P 500 동일가중 ETF인 RSP는 10월 4일 이후 7%가 상승했다. 기업 실적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최근의 상승은 실적 개선 이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14일 지적했다. 

배런은 "수익 전망치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주가는 크게 올라가고 있어 주가대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수익은 임금인상과 공급망 균열로 인한 제품 비용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고, 미래 이익의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같은 움직임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때문에 거품이 아니지만, 거품이 생성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웰스파고의 크리스토퍼 하비 수석 주식전략가는 "아직 시장이 거품의 정점이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 "우리는 거품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거품의 신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뉴욕증시에서 개인투자자 플랫폼은 주식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주간 콜옵션 주문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크게 늘었다. 지난 8일에는 80억 달러규모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10월의 40억 규모에 비해 무려 2배나 늘어난 것이다. 콜옵션은 주가가 상승할 경우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미래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주가가 원하는 수준까지 안오을 경우 콜 옵션 비용은 버리는 셈이 된다. 콜옵션 증가는 시장 심리가 긍정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무엇보다 콜옵션 급증은 주가 상승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콜옵션을 판매하는 이들은 위험 헤지를 위해 주식을 구매하면서 주식 수요도 늘게 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옵션 거래 규모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 5일 기준으로 2조6000억 달러까지 커지면서 사상 최대치를 넘어섰다. 골드만은 현재 옵션거래 물량이 실제 주식거래보다 약 50%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수석주식전략가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이 쏟아져오면서 주식시장은 여전히 파도를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주당 80억 달러는 뮤추얼펀드와 ETF로 유입됐다고 시티그룹 전략가들은 지적했다. 이는 지난 1분기 이후에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산 전략가들은 연말까지 더 많은 돈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상승장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주식과 암호화폐같은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주식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상승도 이같은 심리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상장 헤지펀드 매니저인 맨 그룹의 피터 반 두이예트 전무는 FT에 "시장은 비디오 게임이 되었다"라고 밝혔다. 투기적인 성향이 지나치게 강해졌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상승장은 경기부양책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각국의 중앙은행은 세계경제를 안정시키고 강력한 경제회복을 위해 돈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좀처럼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대부분 전문가들도 내년까지 상승세가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시바이누 같은 이른바 '밈코인'에 이르기까지 투기성 높은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3조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5000억달러에도 못미쳤던 것이 6배 넘게 오른 것이다. 
 

[사진=EPA·연합뉴스]


◆거품 붕괴는 좀 더 있어야···"불안은 계속된다" 

미국 정보업체 EPFR에 따르면 올들어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에 신규자금 8650억달러가 유입됐다. 이미 연간 사상최대 유입규모의 3배에 달한다. 시장이 상승을 이어가면서 전문가들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전 인도중앙은행(RBI) 총재 라구람 라잔은 "시장에 명백한 거품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식시장 거품이 조만간 꺼질 것이란 예상은 거의 없다. 연준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는 상승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의 찰리 맥엘리코트는 주식파생상품 전략가는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도 다시 속도를 내면서 주식시장이 더욱 탄탄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보았다.

하락에 베팅했던 곳들은 손실을 내고 항복 선언을 하고 있다. 런던 헤지펀드 클라크투자운용의 러셀 클라크도 공매도 펀드를 대규모 소실만 내고 청산하며 백기를 들었다. 노이버거버먼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에릭 크누첸은 "모든 게 미쳐 날뛰고 있다"면서 "여기도, 저기도, 모든 곳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가보지 못한 곳, 매우 평범하지 않은 영역을 우리가 항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상승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러한 광풍은 많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코로나바이스 위험이후 대체로 정당화됐던 반등이 이제 더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