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넷플릭스 등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128년 역사상 첫 전국 단위 파업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6만 명에 달하는 미국의 영화·TV 산업 종사자들을 대표하는 국제 극장 무대 종사자 연맹(IATSE)은 주말 휴식, 의료 보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요구 사항들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외신들은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등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구독자 수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가운데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며 근무환경이 악화된 것을 이유로 지목했다.
할리우드 외에서도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농기구·중장비 제조사 존디어 노동자 1만명은 지난 14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으며, 시리얼 제조사 켈로그의 미시간·네브래스카·펜실베이니아·테네시주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1400명 역시 지난 5일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과 매사추세츠의 병원 근로자 약 3000여명도 파업을 결의했다. 모두 △근무 시간 단축 △인력 충원 △연봉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멈췄던 공장들이 백신 접종 확대와 경기 회복 신호에 힘입어 다시 문을 열고 있지만 계속되는 코로나19 우려와 노동자들의 근무 의욕 저하 등으로 인력 수급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8월 미국의 퇴직자 수는 430만 명에 달해 지난 2000년 12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라고 밝혔다. 한편, 같은 달 구인 건수 역시 1044만명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노동자 우위 시장으로 역학 관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이 저임금 직종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저임금과 중간 임금 직종에서 고용은 각각 12.5%와 5.3% 감소했지만, 고임금 직종에서의 고용은 0.4%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에 가장 큰 영향을 입은 저임금 및 중간임금 직종에는 소매 판매원들을 비롯해 트럭 운전사, 공장 노동자, 화물 운송기사 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노동자들은 더 많은 업무 부담을 떠안게 됐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9월 미국 근로자들의 시간당 급여가 전년 대비 4%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물가는 5.4% 상승했다.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불어 노조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인식 역시 개선되며 노조들의 파업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노동부 통계청에 따르면 노조 가입자는 1983년 20%에서 2020년 11% 밑으로 감소해 왔다. 그러나 지난 8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현재 노조를 지지한다고 밝힌 미국인들은 전체의 68%에 달한다. 1965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들어 가장 친노조 성향의 대통령이라는 것 역시 노동자들의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앨러배마에 위치한 아마존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을 두고 "앨라배마주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두고 투표를 하고 있다"라며 "모든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