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깡깡이아지매’ 아시나요?...서울서 만나는 부산의 삶

2021-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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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 특별전

‘깡깡이 사진‘, 최민식,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기 때문에 깡깡이 도구를 잡았죠.”

1970년대 부산에서는 망치로 배에 낀 녹을 ‘깡깡’ 소리 내며 떼어내는 작업을 하는 이들을 ‘깡깡이아지매’라고 불렀다.
배를 육지로 올려 표면에 붙은 따개비나 녹이 슨 부분을 찾아내 망치로 제거하는 작업은 매우 고된 일이었다. 그들은 버티게 한 건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2021 부산민속문화의 해’를 맞이하여 부산광역시(시장 박형준)과 함께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 특별전을 오는 8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열린다.

지난 2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부산’에 대한 몰랐던 내용을 새롭게 발견하는 자리이다. ‘부산’하면 흔히들 바다를 떠올리지만, 부산은 바다뿐만 아니라 낙동강과 수영강을 따라 평야가 펼쳐진 곳이다. 조선시대까지 대부분 지역이 농사를 지었고, 농경문화와 해양문화가 공존하며 다양성을 지닌 독창적인 문화권역을 이루었다.

전시는 이러한 부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1부 사람․물자․문화의 나들목, 부산’과 ‘2부 농경문화와 해양문화의 공존, 부산’으로 구성되었으며, 문화재를 포함한 관련 유물 및 조사·연구를 통해 수집한 자료와 사진, 영상 등 320여 점이 선보인다.

1부 ‘사람․물자․문화의 나들목, 부산’에서는 조선시대 통신사와 왜관(倭館)을 통해 일본과 교류했던 모습부터 최초의 근대 개항장이 되어 근대문물을 받아들이고, 6·25전쟁을 거치며 피란민을 수용하며 수출무역의 거점 도시로 성장하기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곳에서는 조선시대 대일 교류를 보여주는 자료로,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조선통신사행렬도’를 비롯하여 왜관을 통한 사신 맞이를 볼 수 있는 10폭 병풍‘동래부사접왜사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등이 전시된다.

또한, 개항장의 실상을 보여주는 감리서 서기 민건호의 일기 ‘해은일록(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87호, 부산박물관 소장)’, 6·25전쟁 피란수도 당시 생활사 자료와 종군기자 임응식의 사진, 이북 피란민이 창안한 밀면 제조 도구, 실향민이 그린‘고향 지도’, 부산에서 전국으로 퍼진 산업을 보여주는 ‘금성사 라디오(A-501)’와 ‘금성 텔레비전(VD-191)’ 등의 자료가 소개된다. 더불어 경부고속도로 개통 관련 자료, 밀수품으로 유명했던 국제시장 관련 자료와 영상도 전시된다.

부산도 농사짓던 곳이었다. 2부 ‘농경문화와 해양문화의 공존, 부산’에서는 농경문화와 해양문화를 간직한 부산 사람들의 삶과 민속을 소개한다. 농경문화로는 이 지역에 전승되는 탈놀음과 농사공동체의 노동요에서 비롯된 ‘농청놀이’를 보여준다.

특히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동래야류 탈’과 더불어 전시되는 ‘수영야류 탈(부산광역시 민속문화재 제16호, 동아대 석당박물관 소장)’은 1960년대 이전의 탈로, 제작자와 제작 시기가 분명하여 매우 주목된다. 탈과 함께 ‘수영야류(水營野遊, 국가무형문화재 제43호)’, ‘동래야류(東萊野遊, 국가무형문화재 18호)’ 탈놀음을 증강현실(AR)로 체험할 수 있다.

해양문화로는 수군과 어민이 함께 하는 멸치후리질을 보여주는 ‘좌수영어방놀이’(左水營漁坊놀이, 국가무형문화재 제62호) 관련 자료,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동해안별신굿(東海岸別神굿, 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 관련 자료와 영상이 전시된다.

재첩국 판매 리어카 [사진=전성민 기자]


바다와 살아가는 부산의 여성도 조명한다. 제주를 떠나 바깥물질을 가는 출향해녀의 거점이었던 영도의 ‘부산 해녀’, ‘깡깡이아지매’, “재칫국 사이소” 외침과 함께 부산의 아침을 깨우며 재첩국을 팔던 ‘재칫국아지매’, 강인하게 살아가는 어시장의 ‘자갈치아지매’ 등 관련 자료와 생생한 인터뷰를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부산박물관에서도 9월 14일부터 12월 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은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속연구과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이전에 부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라며 “기존의 부산 전시와는 달리 문화적 의미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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