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산 저질 김치 파동, 결국 우리 발에 발등 찍기다

2021-03-2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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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중국 김치 가공시설 한국인 소유, 식품 안전 불감증이 가져온 예고된 참사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팬데믹이 여전히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는데, 때아닌 김치 파동으로 나라 전체가 들끓었다. 코로나로 인해 먹거리가 한층 중요해지는 중에 일상으로 먹는 우리 전통 음식에서 큰 문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그리고 또 중국발(發)이다. 얼마 전 중국 누리꾼들이 김치를 자기네 고유 음식이라고 우겨서 한국인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했다. 이번에는 중국산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긴 영상이 최근 온라인으로 퍼져 경악게 한다. 흙탕물에 소금을 절인 배추를 알몸으로 모으고, 배추 더미는 녹슨 굴착기로 들어올리는가 하면, 고추 더미에서 쥐가 나오는 등 상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염색 감귤과 파, 가짜 오징어까지 동시에 불거지면서 중국 식품에 대한 공포(포비아)가 다시 정점으로 치닫는다.

먹거리 위생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전형적인 후진국 병(病)이다. 선진국에선 이런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근본적으로 인본주의 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명 경시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격렬하게 분노하고, 이런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커뮤니티 내에서의 공존을 허용하지 않는다. 법도 있지만 오랜 기간 묵시적인 합의에 따라 지켜져 내려오고 있는 엄격하고 철저한 도덕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 치의 양보나 관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런 파렴치한 행동이 발을 뻗지 못한다. 흔히 안전과 관련한 대형 사고가 왜 후진국에서 자주 일어나는지에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식품 안전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슈다.

'세계 10위권 경제'라고 내세우는 한국에서 심심찮게 이런 일들이 생겨나고 있어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우리 국민의 도덕적 기준이나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중국산 김치 파동은 그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번 문제를 두고 중국인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아니다.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그들을 욕하는 것은 주객의 전도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얄팍한 상술의 우리 김치 유통업자들이 저지르고 있는 몰염치함에서 기인한다. 국산 원자재가 비싼 것이 원인이긴 하지만 중국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저가의 중국산 김치를 국내 시장에 마구잡이로 갖고 들어와 유통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터질 것이 터진 것이고, 어떻게 보면 만시지탄이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에서 김치를 생산하려고 엄청나게 투자한 우리 기업들이 졸지에 궁지에 몰리고 있다. 현재 중국에 있는 대부분 김치 가공시설이 한국인 소유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영상 하나로 곤경에 처한 그들에게 동정의 눈치를 보내기도 한다. 물론 중국에 있는 김치 생산시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이와 유사하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으로 들어가는 중국산 김치도 있다. 같은 시설로 생산되는 일본행 김치는 별 문제가 없는데 한국행 김치만 유독 말썽이다. 일본 유통업자들은 위생과 품질 안전을 우선시하는 반면, 한국 업자들은 값싼 가격만 고집한다. 일본의 까다로운 검역기준도 저급한 김치의 수입을 용납하지 않는다. 민·관의 총체적인 부실이 만들어낸 인재(人災)인 셈이다.

김치의 명예와 위신을 우리 스스로 추락시키고 있지나 않은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전반적인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중국인들이 우리 식탁에까지 장난질한다고 화살을 돌린다. 객관적인 상황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식당이나 급식 등을 통해 밥상에 올라오는 김치의 중국산 비중이 무려 60%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 김치가 3배 내지 최대 7배나 비싸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요식업체들은 항변한다. 100% 국산 원자재를 사용하는 대기업 생산 한국산 김치는 이들에게 납품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구조적인 문제들이 중국산 김치의 국내 유통을 확대하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유통업자들이 대거 생겨나는 토양을 제공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내 김치 가공시설의 위생 안전을 강화하고 있고, 이를 어기는 공장에 대해서는 허가를 취소하고 있다. 엉뚱한 바가지를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한국인이 세계에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김치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똑같은 배추라는 소재로 만들지만, 우리의 김치는 고춧가루·무·굴 또는 젓갈 등 양념을 넣고 버무려 절인다. 배추뿐만 아니라 다른 재료를 쓰기도 하며, 방법 혹은 계절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김치가 있다. 우리의 김치와 비슷한 일본의 오신코(お新香)는 그저 소금에 절이기만 한다. 밥, 미소시루(味噌汁·된장국)와 더불어 일본인의 밥상에 오르는 음식이다. 중국인의 밥상에 오르는 파오차이(泡菜)와 자차이(짜사이) 등은 충분한 염장 숙성보다는 단지 식초로 만든다는 점에서 김치와는 다르다. 동북아 세 나라에 이렇듯 유사한 음식이 있지만 만드는 방법과 맛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한국 김치가 세계인의 입맛을 자극하면서 인기를 끌다 보니 일본과 중국에서 짝퉁이 나와 종주국 분쟁을 일으키면서 한국인의 심성을 자극하면서 불쾌감을 조장한다. 이른바 김치 삼국지이다. 1990년대부터 일본은 '기무치(キムチ, 김치의 일본식 표현)'를 내세워 국제사회에 자신들이 표준이라는 우격다짐을 했다. 하지만 2001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로부터 한국 김치의 식품 규격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는 것을 비롯해 2007년 니스국제상품분류목록 등재권을 획득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요즘은 중국이 자국의 김치(파오차이)가 국제 표준이라고 도발을 했지만, 영국의 BBC 등이 한국 김치에 손을 들어주어 일단락되었다. 언제든지 유사한 사채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중국산 저질 김치 파동과 중국·일본 등과의 김치 종주국 분쟁을 겪으면서 우리 것에 대해 소중함과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함을 실감한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도 결국 ‘표준(Standard)’ 선점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표준을 선점하려고도 하지만 기존의 것에 대한 표준을 자기의 것으로 하려는 의도를 굽히지 않는다. 때론 국력으로 상대적 약소국을 제압하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는다. 힘이 없거나 자기 소유물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당하기 십상이다. 모처럼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K-Food’의 맏형 격인 김치의 위신을 당당하게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치의 명예와 위신을 우리가 추락시키고 있지나 않은지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 도쿄, 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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