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냈다.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에 주택을 대거 공급해 공급 부족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가 대규모로 해제된 것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정부는 2031년 입주를 목표로 주택 공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각 지구별 통합생활권 조성 및 광역교통 확충 등 개발도 함께 추진한다. 아울러 투기 방지를 위해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등 투기방지 대책도 즉시 시행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5일 서울 서초를 비롯해 경기 고양·의왕·의정부 등 4곳의 그린벨트 풀어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급 물량 2만가구 중 1만1000가구(55%)는 서울시가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Ⅱ(미리 내 집)로 공급한다. 신혼부부가 전세로 입주한 뒤 기본 10년, 아이를 셋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으며 20년 후 시세보다 최대 20% 싼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혼부부에 집중된 과도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 시대 최대 화두인 저출생 문제 해결은 가장 중요한 축”이라며 “서울시가 오랫동안 견지한 개발제한구역 해지라는 결단을 내린 데에는 대국민 설득에 명분이 필요하고, 서울시의 그러한 의지가 물량에 반영됐다고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고양 대곡 역세권(199만㎡, 9400가구)은 GTX-A(올해 말 개통 예정),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올해 말 개통 예정) 등 5개 노선이 만나는 철도 교통 요충지다. 국토부는 대곡역에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해 교통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역세권 중심으로 자족·업무시설을 중점 배치해 상업·문화·생활시설이 연계된 지식 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의왕 오전왕곡(187만㎡, 1만4000가구)은 경수대로·과천봉담 간 도시고속화도로에 연접한 부지로, 인접한 과천지식정보타운 등과 연계한 의료·바이오 산업 유치에 유리해 수도권 남부에 새로운 직주근접 생활공간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정부 용현지구( 81만㎡, 7000가구)는 군부대로 인해 양호한 입지 여건에도 주변 도심과 단절돼 오랫동안 개발이 되지 못한 곳이다. 이곳은 주변에 개발 중인 법조타운과 기존 도심을 연계해 통합생활권을 조성하고, 문화·체육·자족시설 등을 보완해 주변 도심과 연결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자체별 특화 계획과 입지 특성, 주변 지역과 연계 개발 효과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지구별 개발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그린벨트가 해제돼도 실제 공급까지 통상 10년 걸린다는 지적에 대해 "첫 분양이 5년 후에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며 "(이번 계획은) 미래 대비용이지만 현재 상황 대응에도 충분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신규 택지 후보지에 대해 행정절차 단축 등을 통해 2026년 상반기 지구 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구 지정 전 보상조사 착수, 지구계획 수립 조기화 등 행정절차를 단축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일부 원형지 공급도 추진한다.
국토부는 발표지구에 대해 투기 수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시행한다. 지구와 주변 지역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즉시 지정해 투기성 토지거래 등을 사전에 차단한다. 또한 해당 지구와 인근에서 확인된 이상거래 중 불법의심거래를 선별해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5만가구 공급 계획 발표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 국민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3만가구 공급을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 추가 발표되는 지역에는 서울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