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부품·소재의 공급 절벽까지 나타나면서 글로벌 공급사슬이 출렁거린다. 수요에 비교해 생산·재고가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수두룩하다. 팬데믹 1년을 넘어서면서 디지털 경제를 비롯해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뉴노멀을 활용한 신시장이 크게 열리고 있다. 선진국, 중국 등 거대 경제권이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지수)는 작년 2분기 이후 줄곧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도 올해 들어 PMI가 급반전하면서 2월에는 60을 넘어섰다. 유로 존도 PMI가 50대 중반으로 치고 올라왔다. 기저효과이긴 하지만 우리 PMI도 5개월 연속 50을 웃돈다.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백신 접종의 효과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다.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이 경기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 중심의 패키지 반도체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품귀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전기차 등 관련 업계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전기차 배터리도 유사한 상황으로 시장 독주 체제를 갖추기 위한 완성차 메이커와 배터리 업체의 러브콜과 동맹이 줄을 잇는다. 첨단 핵심 소재인 희토류를 두고 전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이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공급 체계까지 꿈틀거린다. 시장에서는 이제 “코로나 불황은 끝났다”라는 설익은 진단이 갈수록 점점 대세를 타는 분위기다.
‘K자형’글로벌 경제 회복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경기회복의 우등생과 열등생의 명암이 대조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듯하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중국의 나 홀로 모드가 아닌 미국까지 회복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른바 쌍끌이다. 글로벌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확실한 훈풍이고, 긍정적인 시그널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미국을 따돌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장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중국의 계산법엔 차질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중국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미국의 절박함이 돋보인다. 더 많은 국가를 자국의 우산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미국과 중국의 물밑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잘만 하면 반사이익도 훨씬 커질 수 있는 판세다.
우선 미국 경제를 보면 의외라고 할 정도로 회복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소비와 고용의 증가 속도가 현저하다. 1.9조 달러의 경기 부양 자금을 업은 바이드노믹스가 미국을 일으킬 경제 백신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넘쳐난다. 이에 따라 중국을 견제하는 힘도 덩달아 커진다. 중국 경제의 부활 저력도 만만치 않다. 올 1〜2월 수출이 26년 만에 최고치인 60% 이상 증가세를 찍었다. 수입도 20% 이상 늘어나 내수까지 살아나면서 1분기 성장률이 20%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예측이다. 중국산 소재·부품과 완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8%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나 중국 정부는 6% 대로 성장률을 오히려 낮게 잡고 있다. 부채와 인플레 우려로 긴축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다.
한국 경제도 이러한 기류에 편승하고 있다는 조짐이 보인다. 일단 수출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작년 11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2월에는 9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15개 주력 수출상품 중 11개가 호조세이다.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 이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이 확실하다. 수출 주도 대기업의 실적 증가가 중소기업에도 온기가 스며야 하는데 다소 간의 시차가 있어 아쉽다. 문제는 내수와 일자리다. 다행히 소비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기는 하다. 봄이 시작되고,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보복 소비 심리가 강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더는 인내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한 정부의 슬기로운 대응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어설픈 탁상공론식 대응으로 찬물을 끼얹는 것은 금물이다.
일자리 창출은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대기업 64%가 채용 계획이 없거나,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청년 취업은 더 위축되고, 고용 시장의 경직성은 철벽같이 견고하다. 정부 대책은 단세포적이고, 경쟁적이지 않다. 재난지원금만 풀려고 하지 풀린 자금을 경제의 선순환, 즉 생산성으로 연결하는 섬세함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은 움츠린 투자와 소비가 살아날 수 있도록 시장에 부담을 주는 규제와 세금 인상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모처럼 글로벌 경제에 봄바람이 분다.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다. 반대로 실기(失機)하면 바로 열등생으로 전락하는 위험도 도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