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상경영’ 승부수가 결실을 봤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그룹 '빅2'가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내실 다지기’에 성공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국내외 집밥 수요가 늘면서 가정간편식(HMR)이 급성장한 것이 한몫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식품 영토 확장 전략이 빛을 발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6% 늘어난 1조35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8.5% 증가한 24조2457억원이다.
CJ대한통운 실적 제외 시 매출은 10.9% 늘어난 14조1637억원, 영업이익은 73% 늘어난 1조415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품사업 부문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8조968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비비고 만두’가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다 ‘햇반’에 이어 비비고 국물요리도 연매출 2000억원대로 올라섰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도 먹혔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냉동식품 전문 기업 슈완스 인수에 2조원을 썼다. CJ그룹 M&A 역사에서 가장 큰 인수 금액이다.
‘한식 세계화’라는 식품 사업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슈완스(2조8322억원)를 포함한 해외 매출은 4조1297억원에 이르며 약 46%의 비중을 차지했다.
아미노산과 조미소재 등이 주력인 바이오사업 부문 매출은 2조98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핵심 제품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신제품 개발, 전략적 R&D투자 및 구조적 경쟁력 확보로 혁신성장을 지속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택배물류 1위 계열사인 CJ대한통운 역시 작년 ‘택배 물동량’ 증가에 웃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택배 물량이 증가해 매출이 늘면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순증하는 등 연매출 최고치를 경신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연간 매출이 10조78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작년 영업이익은 3252억원으로 역시 전년 대비 5.9%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1426억원으로, 18.3%나 상승했다.
계약물류(CL)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5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4분기 택배부문 매출은 비대면 거래 등 빠른 성장에 86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6% 증가했다. 글로벌 부문 매출은 코로나19 영향 지속으로 지난해 4분기 1조1525억원을 나타내며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고, 영업이익도 204억원으로 13.2% 감소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 물동량 증가와 글로벌 부문 해외 사업 정상화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며 “올해 매출 신장 위험 요소가 줄어든 만큼 택배물량 증가, 해외사업 정상화 지속으로 작년보다 실적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올해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외식사업과 문화콘텐츠사업을 살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주력계열사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하며 변화를 예고한 게 단적인 예다.
이 회장은 식품, 물류, 문화를 CJ그룹의 큰 축으로 보고,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식품, 물류, 문화를 큰 축으로 삼아 그룹 경쟁력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대들보인 CJ제일제당은 본업인 식품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을 싣고,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 손잡고 풀필먼트(물류 일괄대행)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올해가 CJ그룹의 내실있는 성장의 획기적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