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거버넌스 위기 벗어난다

2021-01-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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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 손 들어준 검찰 "안진측, FI에 유리하게 평가보고" 기소

안진측이 상정 요구한 금액 절반으로 '뚝'…지분매각 불필요

대주주 리스크 해소로 IPO재추진…디지털 전환 청신호

검찰이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 임원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을 기소하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교보생명 지배구조 강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검찰이 딜로이트안진에 대해 FI에게 유리하게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정했다며 공인회계사법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FI가 딜로이트안진이 평가한 FMV를 기반으로 신 회장에게 2조원 이상의 풋옵션(미래 특정가격에 팔 권리)을 요구한 만큼, 검찰의 기소로 신 회장으로선 자금 마련을 위한 지분 매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 감소 우려에 따른 지배구조 리스크도 해소돼 교보생명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공개(IPO)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교보생명]


◆검찰, 딜로이트안진·FI 기소··· 신창재 회장 손 들어줬다
검찰은 딜로이트안진이 FI에 유리하게 교보생명의 FMV를 산정한 것으로 보고 딜로이트안진 임원 3명과 FI 관계자 2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는 작년 4월 교보생명이 회계법인 등을 검찰에 고발한 지 9개월 만이다. 검찰은 교보생명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들이 맺은 주주 간 계약상 투자자 측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딜로이트안진이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FMV를 산정했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딜로이트안진이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하면서 행사일(2018년 10월 23일)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2017년 6월에서 2018년 6월까지 유사 기업들의 평균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삼은 것을 지적했다. 풋옵션 행사일을 변경하면서 딜로이트안진이 책정한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는 40만9000원이었다. 이는 신 회장 측이 주장한 주당 20만원대를 두 배가량 상회하는 액수다.

앞서 어피니티·IMM·베어링·싱가포르투자청 등 FI는 2011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총 1조2054억원에 인수하는 '주주 간 계약(SHA)'을 체결했다. SHA에는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를 하지 못하면 신 회장에게 이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들에 대한 기소는 해당 중재 판정에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제출한 교보생명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보고서에 대한 신뢰성을 잃게 만들었다"며 "2조원대의 자금 마련을 위해 교보생명 지분 매각도 검토해야 했던 신 회장 입장에서는 지분감소라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최소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신 회장, 풋옵션 부담 덜어··· 지분 매각 최소화로 지배구조 안정화

딜로이트안진이 FI에게 유리하게 교보생명 FMV를 산정했다는 평가보고서가 신뢰를 잃으면서, 교보생명의 FMV가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가 신 회장 측이 주장한 주당 20만원대로 하락할 경우, 신 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풋옵션 지급 부담은 1조원 가까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풋옵션 자금 마련을 위해 지분 매각까지 검토해야 했던 신 회장 입장에서는 지분 매각을 최소화해 교보생명에 대한 지배구조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I가 신뢰를 잃은 딜로이트안진의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에 국제중재를 신청한 만큼, 신 회장 측이 주장한 주당 20만원대 FMV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FI가 요구한 풋옵션 희망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이다. 이는 2011년 당시 FI들의 지분 매입가(주당 24만5000원, 총액 1조2054억원)보다 8000억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 경우 신 회장은 8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은 36.91%(특수관계인 포함)이다.

하지만, ICC가 교보생명의 가치를 주당 20만원대로 결정하면 신 회장이 풋옵션으로 지분매각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 경우 낮아진 교보생명의 가치로 FI가 풋옵션 행사를 하지 않거나 신 회장이 제시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협상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은 FI에게 풋옵션 대신 ABS 발행과 FI 지분의 제3자 매각 추진, IPO 성공 후 차익보전 등을 제시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FI가 2011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할 당시 주당 가치인 24만5000원 선에서 결정이 나면 FI 입장에서는 풋옵션 행사보다는 IPO 추진 등 교보생명의 기업가치 상승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신 회장은 지분 매각 없이 교보생명의 지배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IPO 재추진 청신호

교보생명이 추진하는 IPO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신 회장의 풋옵션 부담이 없어져 지분 매각에 따른 대주주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교보생명은 2018년 IPO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확충 업무를 전담할 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하고 IPO를 추진했지만, 대주주의 지배구조 리스크로 보류됐다.

앞서 교보생명은 IPO를 번번이 중단했다. 2018년에는 신 회장과 FI의 소송이 진행되면서 사실상 IPO를 진행할 수 없었다. 주주 간 소송의 경우 심사과정에서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의 안정성을 위협해 IPO 심사 시 결격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FI의 소송 철회 가능성이 커지면서 교보생명의 IPO 재추진도 가능할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IPO에 성공하면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과 2023년 도입될 예정인 새 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올해부터 디지털 전환을 전제로 한 기업전략인 DBS에 자금을 빠르게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IFRS17 도입에 따른 2조~5조원에 달하는 자본확충도 가능하다.

IB 관계자는 "대주주의 지배구조가 안정되면 교보생명의 IPO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며 "교보생명이 IPO에 성공하면 자본확충 부담을 해소하는 동시에 디지털 전환 투자 확대 등 신사업 전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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