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FI, 풋옵션 분쟁 장기화 조짐에 FI들 '전전긍긍'

2021-01-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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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당초 3월 중재 결정에서 추가 조사 필요 입장으로 선회 움직임

검찰, FI·안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 기소…같은 건 미 당국도 조사중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FI) 간 풋옵션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3월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의 공판에서 결론을 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FI) 간 풋옵션 갈등 중재 결론을 연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사진=교보생명]


펀드 청산으로 투자자에게 수익을 나눠줘야 하는 FI 입장에서는 갈등 장기화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CC는 FI가 신 회장 측을 상대로 신청한 국제중재의 최종 공판을 진행한다. 이는 지난 2019년 3월 FI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교보생명 공정시장가치(FMV)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ICC는 이번 공판에서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었지만,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론을 유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ICC 측에서 현장조사 미비를 이유로 최종 중재 결론 일정을 늦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ICC는 지난해 9월 FI의 제소건에 대해 국내에 조사관을 파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입국을 못하면서 화상회의 등 비대면 조사만 진행했다.

IB업계는 현장 검사 미비보다는 검찰이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FI와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를 기소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딜로이트안진이 FI에 유리하게 FMV를 산정했다는 결론을 내면서, 교보생명이 같은 혐의로 미국에 고발한 건 역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미국 회계감독당국에 딜로이트안진을 풋옵션 공정가치 산정에 문제가 있다며 고발한 상태다. 우리나라 검찰에 이어 미국 회계당국도 딜로이트안진의 공정가치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섣부른 결론이 자칫 ICC의 신뢰성 훼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ICC의 중재 결정이 지연되면 신 회장 측보다는 FI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FI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IMM프라이빗에쿼티·베어링PEA·싱가포르투자청으로 구성됐다. 싱가포르투자청을 제외하면 투자자 자금을 모집해야 하는 사모펀드다. 사모펀드는 만기에 수익을 분배하겠다는 약정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FI가 신 회장과의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풋옵션을 대가로 모집한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할 수 없다.

FI는 ICC의 중재 결정 연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I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 사안의 본질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중재 재판으로, 풋옵션 행사 시 가격산정의 적정성은 국제 중재 재판에서 가려져야 한다"며 "검찰의 기소로 국제 중재 재판의 쟁점이 흐려지는 데 상당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소송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배구조 변동 요인이 없는 신 회장 측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우 빠른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만 투자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신 회장은 최종 판결까지 교보생명의 경영권 변동 부담이 없어 장기 대응에 불리할 것이 없다"며 "이 때문에 지난 2018년 FI가 풋옵션을 행사한다고 했을 때 신 회장 측이 취했던 전략도 장기화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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