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 1위가 무릎 꿇었다

2021-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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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에 결국 감원…희망퇴직 받아

하나투어 "강제 구조조정 전 최선책으로 의향조사…효율화 차원"

"구조조정 내용​·인력​·위로금 등 구체적인 내용 정해진 바 없어"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코로나19 여파가 1년째 지속하니 더는 버틸 힘이 없어졌겠죠. 회사 측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희망퇴직 의사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하나투어가 코로나19 장기화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고용유지지원이 끝나자 오는 3월까지 '무급휴직' 확대 방침을 밝히고 간신히 버텨왔지만, 결국 인력 구조조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에 매출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계속 적자가 쌓이자, 고정비 감소를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현재 '희망퇴직' 수순을 밟고 있다. 

하나투어는 앞서 지난주 본부장급과 부서장급 임직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고 현 상황에서 회사 존속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인원 감축 등의 이야기가 오고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나투어는 이후 '조직 효율화'를 추진키로 하고, 각 본부와 부서별 효율화 방안으로 인력 감축 등의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에 조직별로 직원들을 추렸고, 본부장급과 부서장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관련 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을 통해 전체 인력 중 절반 이상인 1000명 넘는 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겠냐"며 불안에 떠는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하나투어 측은 "1000명 규모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기윤 하나투어 홍보상무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희망퇴직 건은 직원의 의향 조사 차원에서 이뤄진 내용"이라며 "강제 구조조정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정 상무는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 위로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희망퇴직 의사를 묻고 있다"며 "그 이상의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인원 감축은 효율화 방안의 일환이지만, 이를 절대 강제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희망퇴직 신청 인원을 받은 후 권고사직으로 정리할 수도 있고, 신청자가 없거나 혹은 많으면 그에 맞는 방법을 다양하게 강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나투어는 현재 본부장과 부서장이 부서원 개별 면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 내 인원이 많으면 팀장이 희망퇴직 관련 면담을 맡는다. 다만 상무보 이상은 현재 계약직으로 전환된 만큼 희망퇴직 신청을 하더라도 위로금을 받을 수 없다.

구조조정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기윤 상무는 "정확한 구조조정 인원 규모나 위로금 액수 등 대부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구조조정 형태도 공지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업계는 하나투어의 이 같은 결정이 '예정된 수순'이란 입장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여행업계 매출이 '제로'에 수렴했고, 올해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투어가 지난해 송출한 패키지 여행객 수는 2019년 290여만명에 비해 91.2%나 줄어든 24만1434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른 2020년 예상 영업적자만도 141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3월부터 3개월간의 유급휴직을 진행하고 6월부터는 필수인력 300여명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단행했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지원마저 끊기자 무급휴직을 오는 3월 말까지로 확대했다.

지난해 자유투어와 NHN여행박사, 롯데관광 등이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하나투어마저 구조조정 수순을 밟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업계는 침울하기만 하다. 본격적으로 여행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견 여행사 KRT도 최근 교원그룹에 인수됐다.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교원그룹 계열사 교원라이프는 KRT 소유주인 김수연씨가 가진 지분과 여행사 자체 지분 등 KRT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1년이 되기만,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연초부터 안타까운 소식뿐"이라며 "업계 1위마저 손 쓸 수 없이 무너져가는 것을 보니 참담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여행사들 역시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움직임만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1위 여행사가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니, 다른 여행사들 역시 서서히 구조조정 등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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