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제2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로 판사 출신 오동운(55·사법연수원 27기) 법무법인 금성 파트너변호사를 지명했다. 오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제2대 공수처장에 임명된다.
김수경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신속히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합리적 보수성향으로 알려졌지만 변호사 시절 '상습 미성년자 성폭행범 변호', '박근혜 정부 정보경찰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재판 변호' 등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이명순 변호사는 2003년 검사 재직 당시 윤 대통령,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함께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근무했고,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라는 친목 단체에서 활동한 인연이 있다.
앞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임기가 지난 1월 종료되면서 이후 3개월째 지도부 공백이 이어졌다. 여야 추천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된 공수처 차기 처장 추천위가 지난 2월 오 변호사와 이 변호사를 최종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일각에선 여권이 공수처장 후보로 강하게 밀었던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종 후보에서 낙마하자 윤 대통령이 지명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고, 공수처를 '괴물 기관'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수처장 후보자 지명이 늦어진 데 대해 "국회 인사청문이 필요한 직위라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것"이라며 "선거 등 국회 일정을 감안해 지명과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현재 공수처가 관련 수사는 하고 있지만, 지도부 공백 등으로 속도가 지나치게 늦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는 범야권이 채상병 특검법 5월 임시국회 처리를 공언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이번에 공수처장이 지명되면서 윤 대통령이 '공수처가 있으니 특검법 도입은 소모적'이라는 논리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논리적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수처장 지명과 '채상병 특검법' 연결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채상병 사건 공수처 고발은 전임 공수처장 재직 시인 지난 9월 이뤄져서 수사가 진행돼 오고 있다"며 "특검법도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이미 작년 9월에 발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공수처장 후보 검토 과정에서 너무 늦어지고 있다,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냐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막상 공수처장을 지명하면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냐라고 만약에 비판한다면 그것은 온당한 비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