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새해 대출 문턱을 더 높일 전망이다. 내년 2월 대대적인 한도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드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도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은행권 관계자들은 연말 가계대출을 강하게 조이는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내년 초에는 공격적으로 영업해온 예년과 달리, '곳간'을 잠그고 현금 쌓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계대출금이 부동산·주식 시장으로 흐르지 않도록 정부가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은 가운데, 은행이 맞춰야 하는 각종 지표가 향후 '간접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은행들은 내년 4월부터 LCR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한다. 현금을 그만큼 더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대출로 내보낼 수 있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출 수요가 그대로라면 차주별 한도 축소가 불가피한 셈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권 평균 LCR은 93%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완화한 LCR 규제가 추가 연장되더라도 한시적 조치여서, 장기 계획을 짜는 은행으로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LCR 규제 강화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내년 2월 대출 조이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대출한도를 잇따라 축소한 것은 뒤늦게 '바젤Ⅲ' 규제 비율을 맞추려는 조치"라며 "은행도 성장해야 해 연초 공격적인 영업을 벌이다가 규제 강화가 확정되면 한도 축소 등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대책이 한 차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정부는 지난 3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빌려간 대출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는 대책을 시행했다. 당초 9월까지였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내년 3월로 연장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만기연장 등 금융지원 조치에 대해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며 추가 연장 가능성을 나타냈다.
문제는 은행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져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이달 초까지 금융권 전체가 대출만기를 연장한 금액은 115조원에 달한다.
제2금융권 대출문턱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출이 폭증했던 카드사, 저축은행은 내년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내년 하반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기존보다 4% 포인트 낮아지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 2금융권에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다시 도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도입 시 금융사들은 가계대출을 전년 말 대비 최대 5~7%만 늘릴 수 있다. 신용이 낮은 계층부터 2금융에서조차 밀려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