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K-배터리의 글로벌 위상은 그야말로 '상전벽해'와 같았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국내 대형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은 지난해 15.8%에서 올해 누적 1~3분기 35.2%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판매된 전 세계 전기차 3대 중 1대 이상이 국내 대형 3사의 배터리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중국에 이어 2위 자리에 머물렀던 K-배터리는 올해 코로나19로 중국업체들이 주춤한 동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덕에 드디어 1위 자리로 날아올랐다. 글로벌 위상을 제고한 K-배터리 주도업체들은 최근 생산설비 증설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 산업 등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영토 확장에 성공한 것도 잠시 곧바로 글로벌 1위 자리를 위협 받고 있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로 배터리의 안정성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 당장 가장 큰 위협이다. 추가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 영토 확장에 치중해온 K-배터리가 글로벌 1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선 셈이다.
◆실적 개선 성공한 국내 대형 3사···생산설비·소재 투자로 선순환 체계 구축
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점유율 확대로 국내 대형 3사는 실적 개선이라는 열매를 얻었다.
우선 LG화학은 3분기 매출 7조5073억원, 영업이익 9021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8.7% 증가해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위축 우려를 잠재웠다.
배터리(전지) 사업 부문도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뒷받침했다. 배터리 부문은 매출액 3조1439억원, 영업이익 1688억원으로 자체적으로 분기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2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이익을 더 확대하는 데도 성공했다.
삼성SDI도 3분기에 매출액 3조872억원, 영업이익 26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2%, 61.1% 늘었다. 특히 매출액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배터리 사업 부문이 매출액 2조3818억원을 기록해 힘을 보탠 결과다. 3분기 배터리 부문 매출액은 22% 늘어나 회사 전체 매출액 대비 개선세가 컸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석유·화학사업 부문이 부진해 전체적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나 배터리 사업 부문은 호조를 보였다. 배터리 부문 매출액은 48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2.5배 이상 늘었다.
국내 대형 3사의 실적 개선은 신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수익과 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대형 3사는 자체적인 생산설비 증설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배터리 소재 시장으로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LG화학은 올해 안에 충북 청주 배터리 양극재 공장 증설을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내년에 완공을 목표로 구미에도 양극재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양극재는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과 함께 2차전지 4대 핵심원료 중 하나로, 배터리 생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국내 최대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의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해, 오는 2022년 1분기 공장 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지금의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한다는 목표다. 조만간 중국과 폴란드에 설립하는 해외 공장들이 순차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최대한 점유율을 늘리는 게 목표였다면 올해는 소재 등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도 배터리 소재 진출 잰걸음···배터리 시장 확대에 배팅
배터리 소재 산업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배터리 대형 3사뿐이 아니다. 향후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헤매는 국내 대기업들도 앞다퉈 소재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의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등은 배터리 소재 산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하반기 두산솔루스를 인수하기로 한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2900억원을 출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향후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한 포석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동박을 생산하는 업체다.
또한 롯데정밀화학은 양극재 핵심 소재인 알루미늄박(양극박) 생산을 위한 공장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이달 진행됐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 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포스코그룹의 2차전지 사업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도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음극재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달 초 양극재 공장의 신·증설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본격적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 부문에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난 3887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케미칼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이 배터리 소재 산업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그만큼 업황이 유망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해외시장 조사업체인 IHS마켓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올해 38조8000억원 수준에서 연간 25%씩 성장해 2025년에는 18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반도체 시장(169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이 급격히 커지게 되면 배터리 소재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국내 대기업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리콜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도전 움직임···시험대 오른 K-배터리
올해를 기점으로 K-배터리는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르면서 그동안의 영토 확장 노력에 대한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곧바로 안정성이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 모습이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LG화학이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6만8000여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한다고 이달 중순 밝혔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전기차 화재 3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자 추가 사고 발생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리콜을 단행한 것이다.
앞서 현대자동차도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한 코나 일렉트릭 7만7000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결정하고 북미·유럽·중국 등지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달엔 BMW와 포드도 일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종을 리콜하기로 했다. BMW와 포드의 리콜 대상 차종은 삼성SDI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물론 국내 기업이 배터리를 공급한 차량만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파나소닉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S와 모델X에서 배터리 모듈 이상으로 추정되는 문제가 발생해 리콜을 결정했다. 중국 CATL 배터리가 들어간 광저우차아이온S에서도 올해 5월과 8월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 판매된 전기차 3대 중 1대 이상에 국내 배터리가 장착된 상황이라 전기차의 잇단 화재가 국내 대형 3사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화재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에 따라 막대한 리콜 비용을 배터리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기차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배터리 시장의 성장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서의 화재 발생 비율이 내연기관차의 화재 발생 비율과 비교해 특별히 높다고 할 수 없지만, 많은 소비자나 투자자가 해당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화재 원인과 안전성을 계속 검증해 소비자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잇단 화재 사고를 명분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장기적으로 위협이다. 외신에 따르면 포드 최고경영자(CEO) 짐 팔리는 최근 "(배터리) 셀 제조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혀 전기차용 배터리 자체 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포드가 배터리 자체 생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것과 큰 차이다.
테슬라는 지난 9월 '테슬라 배터리 데이'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해 3~4년 이내에 양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해 실제 양산에 이르기까지 최소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기술력과 생산능력 측면에서 기존 배터리 기업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의 전망이 좋아지고 잇따른 화재 사고 등으로 국내 대형 3사의 기술력이 의심을 받게 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자체 생산을 고민하는 것 같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쉽게 따라오지 못할 만큼 기술력을 축적하고 생산 능력을 확충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판매된 전 세계 전기차 3대 중 1대 이상이 국내 대형 3사의 배터리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중국에 이어 2위 자리에 머물렀던 K-배터리는 올해 코로나19로 중국업체들이 주춤한 동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덕에 드디어 1위 자리로 날아올랐다. 글로벌 위상을 제고한 K-배터리 주도업체들은 최근 생산설비 증설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 산업 등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영토 확장에 성공한 것도 잠시 곧바로 글로벌 1위 자리를 위협 받고 있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로 배터리의 안정성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 당장 가장 큰 위협이다. 추가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 영토 확장에 치중해온 K-배터리가 글로벌 1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선 셈이다.
◆실적 개선 성공한 국내 대형 3사···생산설비·소재 투자로 선순환 체계 구축
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점유율 확대로 국내 대형 3사는 실적 개선이라는 열매를 얻었다.
우선 LG화학은 3분기 매출 7조5073억원, 영업이익 9021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8.7% 증가해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위축 우려를 잠재웠다.
배터리(전지) 사업 부문도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뒷받침했다. 배터리 부문은 매출액 3조1439억원, 영업이익 1688억원으로 자체적으로 분기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2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이익을 더 확대하는 데도 성공했다.
삼성SDI도 3분기에 매출액 3조872억원, 영업이익 26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2%, 61.1% 늘었다. 특히 매출액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배터리 사업 부문이 매출액 2조3818억원을 기록해 힘을 보탠 결과다. 3분기 배터리 부문 매출액은 22% 늘어나 회사 전체 매출액 대비 개선세가 컸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석유·화학사업 부문이 부진해 전체적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나 배터리 사업 부문은 호조를 보였다. 배터리 부문 매출액은 48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2.5배 이상 늘었다.
국내 대형 3사의 실적 개선은 신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수익과 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대형 3사는 자체적인 생산설비 증설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배터리 소재 시장으로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LG화학은 올해 안에 충북 청주 배터리 양극재 공장 증설을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내년에 완공을 목표로 구미에도 양극재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양극재는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과 함께 2차전지 4대 핵심원료 중 하나로, 배터리 생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국내 최대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의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해, 오는 2022년 1분기 공장 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지금의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한다는 목표다. 조만간 중국과 폴란드에 설립하는 해외 공장들이 순차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최대한 점유율을 늘리는 게 목표였다면 올해는 소재 등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도 배터리 소재 진출 잰걸음···배터리 시장 확대에 배팅
배터리 소재 산업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배터리 대형 3사뿐이 아니다. 향후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헤매는 국내 대기업들도 앞다퉈 소재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의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등은 배터리 소재 산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하반기 두산솔루스를 인수하기로 한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2900억원을 출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향후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한 포석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동박을 생산하는 업체다.
또한 롯데정밀화학은 양극재 핵심 소재인 알루미늄박(양극박) 생산을 위한 공장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이달 진행됐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 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포스코그룹의 2차전지 사업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도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음극재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달 초 양극재 공장의 신·증설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본격적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 부문에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난 3887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케미칼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이 배터리 소재 산업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그만큼 업황이 유망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해외시장 조사업체인 IHS마켓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올해 38조8000억원 수준에서 연간 25%씩 성장해 2025년에는 18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반도체 시장(169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이 급격히 커지게 되면 배터리 소재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국내 대기업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리콜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도전 움직임···시험대 오른 K-배터리
올해를 기점으로 K-배터리는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르면서 그동안의 영토 확장 노력에 대한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곧바로 안정성이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 모습이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LG화학이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6만8000여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한다고 이달 중순 밝혔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전기차 화재 3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자 추가 사고 발생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리콜을 단행한 것이다.
앞서 현대자동차도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한 코나 일렉트릭 7만7000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결정하고 북미·유럽·중국 등지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달엔 BMW와 포드도 일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종을 리콜하기로 했다. BMW와 포드의 리콜 대상 차종은 삼성SDI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물론 국내 기업이 배터리를 공급한 차량만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파나소닉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S와 모델X에서 배터리 모듈 이상으로 추정되는 문제가 발생해 리콜을 결정했다. 중국 CATL 배터리가 들어간 광저우차아이온S에서도 올해 5월과 8월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 판매된 전기차 3대 중 1대 이상에 국내 배터리가 장착된 상황이라 전기차의 잇단 화재가 국내 대형 3사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화재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에 따라 막대한 리콜 비용을 배터리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기차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배터리 시장의 성장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서의 화재 발생 비율이 내연기관차의 화재 발생 비율과 비교해 특별히 높다고 할 수 없지만, 많은 소비자나 투자자가 해당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화재 원인과 안전성을 계속 검증해 소비자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잇단 화재 사고를 명분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장기적으로 위협이다. 외신에 따르면 포드 최고경영자(CEO) 짐 팔리는 최근 "(배터리) 셀 제조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혀 전기차용 배터리 자체 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포드가 배터리 자체 생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것과 큰 차이다.
테슬라는 지난 9월 '테슬라 배터리 데이'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해 3~4년 이내에 양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해 실제 양산에 이르기까지 최소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기술력과 생산능력 측면에서 기존 배터리 기업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의 전망이 좋아지고 잇따른 화재 사고 등으로 국내 대형 3사의 기술력이 의심을 받게 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자체 생산을 고민하는 것 같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쉽게 따라오지 못할 만큼 기술력을 축적하고 생산 능력을 확충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