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을 맡게된 지동섭 대표는 SK루브리컨츠 사장을 역임했다.
지 대표는 일명 ‘전략통’으로 1990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해 SK텔레콤 미래경영실장, 전략기획부문장을 역임했다.
2016년 12월 SK루브리컨츠 사장에 선임된 후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온 경험이 풍부하다.
실제로 지 대표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대표를 맡기 전인 2년 전부터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 김준) 직속 배터리 사업의 성장전략을 모색해 온 E모빌리티 그룹의 리더를 겸임해왔다.
사실상 배터리 관련 전방위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밑그림을 그려온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대표 선임을 기점으로 배터리 사업에 CEO 직속이던 E모빌리티 그룹을 편제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부를 신설해 본격적인 ‘비욘드 EV(Beyond Electric Vehicle)’ 사업 역량 강화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현재 전기차 중심의 배터리 사업에서 전기차 외의 다양한 배터리 사용처를 발굴해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지난 1년간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은 지 대표의 통솔 하에 압축적인 성장을 해왔다.
국내 빅3 배터리업체 가운데 막내 격이나, 지난 2018년 세계 배터리 생산량 16위를 기록(시장 점유율 0.8%)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10위(시장점유율 1.9%)로 처음 톱10에 진입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5월 기준 7위(시장점유율 4.1%)에 등극한 데 이어 6위로 상승했고, 지난 9월에는 5위에 올랐다.
승승장구 하는 와중에 복병은 LG화학과의 소송전이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양사는 특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미 두 차례 연기된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 지 대표도 최근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면 조속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달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0’ SK이노베이션 부스에서 “이번 소송은 두 회사 간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내 배터리 산업에 부정적 영향도 크다”며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통로를 열어두고 대화를 지속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 대표를 주축으로 경제적 가치(EV)와 사회적 가치(SV)를 강력하게 실천하는 혁신을 지속할 방침이다. 최태원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딥체인지(근본적 혁신)의 강력한 실행을 통해 성장을 견인하고 성과를 창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지 대표는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수직계열화를 넘어 E모빌리티와 에너지 솔루션 사업으로 확장하는 역할에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