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29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 최종 라운드에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열세에 처한 상황에 대해 향후 판세에 따라 사퇴 등 여부를 결정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정부는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WTO 사무총장 전출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WTO 측은 두 후보 간 정확한 득표 차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오콘지이웨알라 후보는 164개국 회원국 가운데 100여국의 표를 얻었다.
이와 관련, 이 부대변인은 "WTO 사무총장 절차에서 의장단이 집계한 개인별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최근 일부 외신에서 수치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수치는 저희는 나이지리아 측에서 추정치를 내놓은 것으로 그렇게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대변인은 또 미국 정부가 이날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데 대해 "미국의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 드릴 사안은 없다"며 "정부가 어떻게 진행해 나갈지는 내부 절차를 검토 중에 있고,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거듭 전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8일(현지시간) 오콘지이웨알라 후보가 유 본부장을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은 WTO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명희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WTO 사무총장은 모든 회원국의 컨센서스(전원일치)를 얻어야 최종 선출된다. 회원국 중에서도 전체 표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반대가 없어야 사무총장으로 승인받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날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 오콘지이웨알라 후보를 비토(VETO·거부권)하면서 유 본부장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지 눈길을 끈다.
다만 오콘지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EU와 중국 역시 쉽게 표심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일각에선 차기 사무총장 선출이 지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WTO는 내달 9일 특별 일반이사회를 개최하고 차기 사무총장을 발표·승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