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은 21일 오전 9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 현장시찰 간담회에서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 8명 중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인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택배노동자의 어려움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고 개선책 마련하려고 고심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건강검진 등 산재보험을 비롯한 택배노동자 근로조건과 분류 작업에 대한 대책을 22일 언론을 통해 공개할 것이라 밝혔다.
CJ대한통운에서는 지난 8일 택배노동자 고(故) 김원종씨(48)가 택배 배송 도중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숨진 김씨 명의의 산업재해보험 적용제외신청서가 대필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 자리에서 CJ대한통운 측은 지난 2016년부터 약 1400여억원을 투입, 지난해 말 전국 서브터미널에 설치를 완료한 휠소터(wheel sorter)를 소개했다. 휠소터는 택배 상품에 부착된 송장 바코드를 ITS(Intelligent Scanner)로 빠르게 인식한 후 컨베이어벨트 곳곳에 설치된 소형 바퀴(휠)를 통해 택배 상자를 배송지역별로 자동 분류하는 장비다. 휠소터가 중‧대형 상품을 자동 분류하면서 분류 작업 및 대기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전체 작업시간이 약 1~2시간 가량 단축됐다는 게 CJ대한통운 측 설명이다.
그러나, 자동 분류되는 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이 들어오는 데다가 오분류 물량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여전히 사람이 분류 작업에 동원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환노위원들은 분류 노동은 사측 책임이란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회사가 노동조합과의 협의·교섭 통해서 근로 조건 향상해나가야 하는데, 노조와 분쟁 중인 데다가 노조를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따져물었다.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안호영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장 시급한 오분류와 싣기 전까지의 분류 문제는 회사의 부담으로 확실히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보여달라는 입장을 CJ대한통운 측에 전달했다"면서 "진정성 있게 회사 대표가 개선책을 내놓을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택배사 과로사 문제는 이번 국감이 끝날 때까지 핵심 아젠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현장 시찰은 당초 오는 26일 환노위 종합감사에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쿠팡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려던 계획이 여야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대안으로 진행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는 구조적 타살"이라며 "그 핵심에는 재벌택배사들이 택배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분류작업에 있다"고 주장했다. '분류작업' 인력 투입 및 사회적 감시를 위한 논의기구 구성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이날 기준 올해 들어 사망한 택배노동자는 CJ대한통운, 쿠팡,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 소속으로 모두 12명이다.